[동서남북/이기진]‘맛있는 대전’을 생각하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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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대전충청취재본부장
이기진·대전충청취재본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대전을 방문해 중구 대흥동의 한 식당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해결했다. 대통령이 서민 대표 음식인 칼국수를 먹은 것은 새로운 것도, 색다를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대통령도 반한 대전 칼국수 맛’ ‘대통령이 방문한 칼국수 집을 가보니’ 등의 보도를 쏟아냈다. 새로운 것도, 색다른 것도 아닌 팩트가 뉴스로, 뉴스에서 다시 이슈로 발전했다.

대전은 ‘칼국수 도시’로 불린다. 2만1000여 개의 음식점 중 10%가량인 2000여 개 식당에서 칼국수를 전문으로 팔거나 메뉴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그만큼 대전 시민들이 즐겨먹는다. 대전을 방문한 외지인들도 다양한 칼국수를 먹어보고 싶어 한다.

대전에 칼국숫집이 많은 것은 6·25전쟁 이후 구호물자였던 밀가루가 경부선, 호남선의 교차점인 대전에 많이 몰린 것과도 관련이 있다. 또 수도권과 영호남 출신이 많아 각 지역 입맛을 면 요리에 쉽게 반영할 수 있었기에 칼국숫집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칼국수는 어쩌면 대전의 관광상품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음식을 통한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전시와 함께 올해를 ‘지역방문의 해’로 정한 전남 순천시는 지난해 지역특산물 고들빼기를 활용한 김치 경연대회를 열었다. 목포시도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목포 손맛 레시피 영상 공모전’을 연다. 4월 개최 예정인 ‘맛의 도시 목포’ 선포식에 앞선 행사다. 광주광역시도 지역 대표음식을 다시 찾아 나서겠다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에 들어갔다. 충남 공주시는 그동안 맛집의 간단 정보만을 실었던 ‘으뜸공주 맛집’ 책자를 해당 음식점의 스토리까지 담은 새로운 책자로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각 자치단체가 음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이유는 경관 관람이나 체험형 관광 못지않게 음식도 관광객을 유치하는 매력적인 콘텐츠라는 판단 때문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도 음식이 국가 브랜드와 이미지 형성에 핵심적인 문화콘텐츠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국내에도 관광지에서의 주요 활동으로 경관감상 비율은 매년 하락하는 반면 음식관광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문화관광축제’ 중 육성축제로 새로 진입한 6개 축제 중 5개가 음식 관련 축제였다. 이제 음식은 축제나 관광의 확실한 키워드가 됐다.

대전시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3년간을 ‘대전방문의 해’로 정하고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음식콘텐츠 부문에는 신경을 안 쓰는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까지 먹고, 맛있다고 호평한 칼국수를 이제는 대전의 대표음식으로, 관광상품으로, 관광객 유인 요소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이기진·대전충청취재본부장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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