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도 1인분 되는데, 정부정책은…” 3040 독거男들 하소연,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4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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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14일 서울 도봉구 주거 공동체에서 홀로 사는 30, 40대 남성들을 만나 이들이 겪은 일상 속 차별과 제도적 미비점에 대해 듣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14일 서울 도봉구 주거 공동체에서 홀로 사는 30, 40대 남성들을 만나 이들이 겪은 일상 속 차별과 제도적 미비점에 대해 듣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요즘 배달음식도 1인분이 되는데, 정부 정책은 너무 늦어 서운합니다.”

14일 서울 도봉구 주거공동체 ‘은혜공동체’에 모인 홀로 사는 남성들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그간 혼자 살면서 느낀 답답함을 쏟아냈다. 혼자 사는 사정과 이유는 달랐지만 1인 가구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

여가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올해 주요 업무 목표로 ‘다양한 가족이 존중받는 사회 실현’을 내걸었다. 1인 가구는 물론이고 한부모가족, 동거가족 등 혈연과 혼인으로 이뤄지지 않은 다양한 가족을 사회가 포용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진 장관은 지난해 11월 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대디’를 시작으로, 동거가족(지난해 11월 21일), 미혼모(1월 4일) 등 다양한 가족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열고 있다.

이번이 네 번째 간담회로, 30, 40대 1인 남성 8명이 참석했다. 1인 남성 가구 중 30대(22.2%)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40대(19.5%)다. 이들은 먼저 홀로 사는 이유로 경제적인 불안을 꼽았다.

10년째 혼자 사는 염기모 씨(41)는 “대학을 졸업해도 대기업, 공기업에 취업하지 않으면 미래 보장이 어렵다. 특히 급여가 적은 중소기업에 다닌다면 혼자 사는 걸 벗어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마을 활동가로 일하는 김명철 씨(38)도 “억대 연봉을 받는 지인도 아이 1명 이상 안 낳겠다고 할 정도로 노후가 불안하다보니 혼자 살기를 택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주거비 부담에 대한 걱정이 컸다. 김 씨는 “고시원 평당(3.3㎡) 가격이 타워팰리스보다 비싸다”고 했다.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에 따르면 2013년 당시 타워팰리스 평당 월세는 11만8000원인데, 서울 소재 고시원은 평균 14만 원이었다.

박진우 씨(31)는 “최저시급 기준 월급이 175만 원인데, 서울 원룸 월세가 보통 40만 원으로 월세와 통신비, 교통비를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고 했다. 11년 전 부모로부터 독립한 박 씨는 주거비를 절감하기 위해 4년 전부터 지인 6명과 함께 살고 있다.

2000년 전체 가구의 15.5%였던 1인 가구는 2017년 28.6%로 급증했다. 반면 4인 가구는 같은 기간 31.1%에서 17.7%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 사업은 4인 가구 중심이다.

김동진 씨(41)는 “구청의 주민 행사를 보면 혼자 사는 젊은층이 참여할 게 거의 없다”고 했다. 어울릴 공간이나 기회가 적다보니 정서적 고립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배사무엘(40)씨는 “남성 1인 가구의 가장 큰 어려움은 외로움”이라고 했다.

홀로 사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박 씨는 “1인 가구를 문제라고 여기는 접근보다 이들이 어떻게 잘살지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했다. 통계청의 인구전망에 따르면 2017년 1인 가구는 전국 561만 가구(28.6%)인데, 2045년이면 809만 가구(36.3%)로 늘어난다. 노민혁 씨(39)는 “한국이 싱글로 살든, 결혼해 살든 누구나 살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가부는 다른 성별과 연령대의 1인 가구와의 간담회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진 장관은 “30, 40대 1인 남성 가구는 이혼 등으로 인한 자존감 상실 등의 우려가 높으므로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쏟겠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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