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직권남용 혐의가 수사 성패를 가를 핵심으로 손꼽히지만 현행 법리 및 판례상 검찰이 입증해 유죄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는 지위를 이용해 권한 외의 사항을 불법하게 행사할 경우 해당된다. 단순한 권한남용에 더해 타인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 성립한다.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금까지 사법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를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만 적용해왔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1·2심에서 직권남용 혐의는 일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에게 지시해 다스의 미국 소송을 검토시켰지만 1심 법원은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30여년 간 사법부에 몸담으며 대법관 자리까지 목전에 뒀던 임 전 차장은 직권남용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작성하거나 작성을 지시한 문건, 다수 법관들의 증언에 대해 법원행정처 차장으로써 사전 대응 차원일 뿐 실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식의 방어논리로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4개월여 동안 수사를 진행하며 다수의 물증과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 입증을 위한 초석을 닦아놓은 상태에서 임 전 차장을 불렀지만 직권남용으로 실제 처벌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특히 법원은 그간 사법농단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등을 줄줄이 기각했다. ‘방탄법원’ 비판이 빗발쳤지만 법원은 꿈쩍도 않고 있다. 향후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사법부가 최종 판단을 내린다는 점에서 형사처벌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검찰은 사법농단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임 전 차장을 상대로 한두 차례 소환조사를 더 진행한 뒤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영장청구 회의론 속에서도 검찰이 임 전 차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한다면 법원도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게 된다.
임 전 차장의 신병확보 여부는 향후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수사 동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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