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보내버린다”…‘갑질’ 시달리는 군 대체복무요원들

  • 뉴스1
  • 입력 2018년 9월 30일 16시 25분


월급 깎고 수당 안 주고…욕설·협박도 일삼아

시민단체가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승선근무 예비역 같은 군 대체복무요원들이 사용자들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는 국군의 날(10월 1일)을 하루 앞둔 30일, 대체복무요원들이 현장에서 당한 ‘갑질’ 사례를 공개했다.

단체에 따르면 한 회사에서 일반사원으로 2년, 산업기능요원으로 3년 간 근무한 A씨는 5년 간 매일 초과근무를 했으나 초과근무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다. 퇴직금과 연차 수당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더해 회사는 자동화 기계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A씨의 업무불찰로 손해가 4000만원 발생했다”며 1년 간 월급 50%를 공제하기까지했다.

A씨는“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를 제기했다가 해고되면 군대를 가야하기 때문에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3년을 보내야했다”고 밝혔다.

전남의 한 식품제조회사 임원은 산업기능요원들에게 “너희 지금 몇시야? 다 튀어들어와 이 XX야, 이렇게 악을 쓰고 이야기해야지 들어 먹어? (중략) 다 오늘 출근 안한 걸로 해버려”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단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산업기능요원들에게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해놓고 기숙사비를 공제했으며, 자격증이 없는데 지게차를 몰게했다.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대체복무요원들에 대한 ‘갑질’은 심각했다. 단체는 병역특례 제도에 따른 대체복무 중 발생한 갑질 사례의 30%는 공공기관에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한 공공기관에서는 전문연구요원에게 욕설은 물론, “군대에 안다녀 와서 저렇게 행동한다”, “군대에 보내버리겠다”는 협박을 일삼았다. 제보자 B씨는 “군 복무기간 때문에 참는 거지 하면서 참았지만, 이제 점점 한계가 온다”며 “밤에 잠도 못자고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승선근무예비역으로 근무하던 고 구민회씨가 상급자의 괴롭힘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이후 유족들은 회사와 상급자를 고소했지만, 회사와 가해자 모두 처벌받지 않았고 재발방지 대책도 없다고 단체는 전했다.

직장갑질119는 “군 복무 대체요원들은 사복 입은 군인들”이라며 “이들이 사용자들의 갑질에 인간성을 파괴당하고 있음에도 병무청과 고용노동부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군의날 70주년을 맞아 인권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1만6000여명의 군 복무 대체 요원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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