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유치원 ‘쿵’… 땅꺼짐 경고 또 뭉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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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도동 공사장 옹벽 와르르… 옆 유치원 건물 10도 기울고 붕괴
5개월전 전문가 경고했지만 묵살
국토부, 전국 공사현장 점검 착수

천만다행… 아이들 없는 한밤에 기우뚱 6일 밤 주변 공사장의 지반 침하로 건물이 붕괴된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3층 내부 모습. 기둥이 부러지면서 콘크리트에 싸여 있던 철근이 휜 채 튀어나왔고 건물이 부러지듯 붕괴돼 평평해야 할 
바닥이 경사가 졌다. 천장도 절반가량 내려앉았다(위 사진). 공사장 옹벽이 내려앉아 기울어진 유치원 건물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기만 하다. 채널A 캡처
천만다행… 아이들 없는 한밤에 기우뚱 6일 밤 주변 공사장의 지반 침하로 건물이 붕괴된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3층 내부 모습. 기둥이 부러지면서 콘크리트에 싸여 있던 철근이 휜 채 튀어나왔고 건물이 부러지듯 붕괴돼 평평해야 할 바닥이 경사가 졌다. 천장도 절반가량 내려앉았다(위 사진). 공사장 옹벽이 내려앉아 기울어진 유치원 건물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기만 하다. 채널A 캡처
6일 밤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 5개월 전에 이미 ‘붕괴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으나 사실상 묵살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을 감지한 유치원 관계자와 인근 주민들의 신고도 5개월 전부터 이어졌지만 시공·감리업체와 관할 동작구, 교육청은 별도의 조치 없이 안일하게 대응했다.

상도유치원의 요청으로 3월 말 공사현장 지질조사를 벌인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7일 현장을 찾아 “조사 결과 취약한 지질 상태인 편마암 단층으로 관찰됐다”며 “붕괴 가능성이 높으니 좀 더 철저한 추가 조사와 신중한 시공이 필요하다는 자문의견서를 냈지만 전혀 보강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7일 “4월 초에 이 교수의 의견서를 유치원에서 제출받아 시공사에 전달하면서 보완을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공사업체는 당초 계획대로 4월 착공했다.

유치원과 주민들의 연이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특히 유치원은 붕괴 징후가 나타난 지난달 22일 이후 시공업체에 위험을 알리기 위해 협의를 요청했지만 업체는 회피했다. 유치원 관계자는 “이달 4일 기둥에 금이 3cm가량 벌어져 5일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감리업체에 알렸더니 ‘7cm 이하는 문제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이 대책회의에도 불참했다.

유치원은 4월 서울시교육청 산하 동작관악교육지원청에 이 교수의 경고 보고서를 보내면서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육청은 “특정 기관만 지원한 전례가 없다”며 거부했다.

6일 오후 11시 21분경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옹벽이 무너지면서 바로 옆 상도유치원도 10도가량 기울고 건물의 상당 부분이 붕괴됐다. 당시 유치원에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아이들이 있을 때 사고가 났다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유치원에는 만 3∼5세 유아 122명이 다니고 있으며, 붕괴 사고 4시간 전인 오후 7시 10분경까지 원아들이 유치원에 머물렀다.

국토교통부는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에 대해 전면중지를 명령하고 전국의 공사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경찰은 시공업체의 공법 변경 등을 통한 부실공사 여부, 동작구의 안전관리 소홀 등에 대해 내사를 시작했다.

홍석호 will@donga.com·최지선·주애진 기자
#상도유치원#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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