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고속도로 만취운전 “맥주 딱 한잔” 오리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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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고속도 음주단속 동행해보니
술 냄새 진동하는데… “멀쩡” 항변, 음주측정기 수치 내밀자 고개떨궈
외국인까지 적발… 前週보다 늘어
1시간 지나자 앱에 단속정보 올라와

6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구리 나들목에서 한 운전자(오른쪽)가 경찰이 내민 음주측정기를 불고 있다. 경찰은 휴가철을 맞아 고속도로 음주운전을 집중 단속 중이다. 이날도 약 2시간 동안 음주운전자 23명이 적발됐다. 구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6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구리 나들목에서 한 운전자(오른쪽)가 경찰이 내민 음주측정기를 불고 있다. 경찰은 휴가철을 맞아 고속도로 음주운전을 집중 단속 중이다. 이날도 약 2시간 동안 음주운전자 23명이 적발됐다. 구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금요일인 6일 오후 11시 45분 경기 구리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구리 나들목. 은색 벤츠 승용차에서 내린 김모 씨(52)가 빨대에 ‘후욱’ 하고 숨을 불었다. 경찰 음주측정기 숫자가 올라가더니 ‘0.094’에서 멈췄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를 넘으면 운전면허가 정지된다. 취소는 0.1%가 기준이다.

“0.006%만 더 나왔으면 취소네요”라는 경찰의 말에 김 씨가 “사실 소맥 4잔을 마셨다”고 털어놨다. 측정 전 김 씨는 “맥주 3잔만 마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는 짙은 술 냄새가 나고 있었다. 음주운전이 처음도 아니었다. 김 씨는 “20년 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고속도로 음주운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한 번 사고가 나면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지고 자칫 대형 참사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5월 영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벤츠 차량의 ‘음주 역주행’이 대표적이다. 본보 취재진은 6일 오후 11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실시된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음주단속 현장을 동행했다. 곳곳에서 ‘불금(불타는 금요일)’에 취한 운전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7일 0시 10분. 흰색 레이에서 내린 김모 씨(27)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낯빛은 멀쩡했지만 술 냄새까지 지우지는 못했다. 물로 입을 헹군 뒤 음주측정기에 숨을 불었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30%. 면허취소 수준이다. 1년간 재취득이 제한된다. “맥주 딱 한 잔”이라던 김 씨는 “제가 영업사원이라 원래 술 마시면 대리(기사)를 부르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경기 포천시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스리랑카인 H 씨(39)도 적발됐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96%.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절대 사장님께 얘기하지 말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단속에서는 23명(면허취소 9명)이 적발됐다. 일주일 전 단속에선 14명이었다.

0시 20분. 단속하던 경찰에게 “여기는 접어야겠다”는 연락이 왔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불시단속 정보가 새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경찰이 불시단속을 하면 잠시 후 운전자 사이에 정보가 공유된다. 그래서 경찰도 이른바 ‘메뚜기 단속’으로 대응한다. 메뚜기처럼 수시로 장소를 옮기며 단속하는 것이다.

경찰은 27일 전국적으로 고속도로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한다.

구리=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음주운전#음주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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