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심은 ‘채무제로 나무’ 뽑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2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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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채무 제로’를 내세우며 재직 당시 심었던 기념식수(사진)가 결국 뽑히게 됐다. 홍 전 지사는 2016년 여름 이 나무를 심으며 “다음 도지사가 빚을 내려면 이 나무를 뽑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채무제로 정책 역시 궤도가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경남도는 26일 “도청 정문에 심어 둔 주목나무가 ‘말라 죽어 소생이 불가능하다’는 조경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27일 오후 3시 장비를 동원해 뽑아낸 뒤 폐기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나무를 심을 당시 ‘채무제로 기념식수. 2016년 6월 1일. 경남도지사 홍준표’라고 새겨둔 표지석은 당분간 그대로 둘 예정이다.

이 나무는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첫 기념식수는 사과나무(홍로)였다. 그러나 기후와 토양이 맞지 않아 5개월 만에 말라죽자 같은 해 10월 15일 주목으로 교체했다. 이 주목 역시 6개월 만에 말라 들어가자 지난해 4월 진주의 경남도산림환경연구원으로 옮기고 현재의 40년 생 주목으로 다시 심었다. 이 주목도 환경이 맞은 않은 탓인지 경남도의 관리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좋지 않았다.

홍 전 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지난해 4월 중도사퇴한 뒤 지역 시민단체는 “경남도의 채무 제로가 도민의 눈물과 피땀으로 이뤄진 것이니 나무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나무 옆에 ‘채무제로, 제대로 알면 자랑이 아니다’는 팻말을 세웠다. 또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변 사또의 학정을 비난하며 읊은 시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을 인용해 ‘홍준표의 자랑질은 도민의 눈물이요…’라는 시도 적어 표지석 앞에 세우기도 했다. 이 팻말들은 현재는 없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홍 전 지사의 채무제로 정책에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전체적인 문제점을 파악해 방향 수정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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