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쿡스토브 보급… “해외 온실가스 줄이고 탄소배출권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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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센터의 청정개발체제 사업

지난달 31일 오후 미얀마 사가잉구 총명에 사는 싱트 씨가 쿡스토브로 요리를 하고 있다. 화분 모양의 쿡스토브는 기존 재래식 스토브보다 열 효율이 높아 적은 땔감으로 요리가 가능하다. 연료를 적게 쓰니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탄소도 적게 배출한다. 작은 사진은 주민들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재래식 방식으로 3개의 벽돌을 놓고 그 중간에 불을 피우는 방식이다. 총명(미얀마)=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지난달 31일 오후 미얀마 사가잉구 총명에 사는 싱트 씨가 쿡스토브로 요리를 하고 있다. 화분 모양의 쿡스토브는 기존 재래식 스토브보다 열 효율이 높아 적은 땔감으로 요리가 가능하다. 연료를 적게 쓰니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탄소도 적게 배출한다. 작은 사진은 주민들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재래식 방식으로 3개의 벽돌을 놓고 그 중간에 불을 피우는 방식이다. 총명(미얀마)=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미얀마 사가잉구 총명에 사는 폴론 씨(65)는 음식을 만들 때 ‘3개의 돌’이라 불리는 재래식 스토브(취사용 풍로)를 사용한다. 삼각 구도로 놓인 3개의 벽돌 사이에 땔감 5개를 넣고 불을 지핀 뒤 그 위에 주전자나 냄비를 놓고 끓이는 방식이다. 불씨를 살리기 위해 연신 입으로 바람을 불고 손으로 부채질도 해야 한다.

하지만 폴론 씨와 이웃한 싱트 씨(54·여)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지난달 31일 방문한 그의 집에는 동그란 화분 모양에 구멍이 뚫린 ‘쿡스토브’가 있었다. 땔감 3개면 불을 지피고 밥을 짓는 데 충분했다. 따로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지 않아도 불씨가 쉽게 살아난다. 싱트 씨는 “예전에는 불붙일 때 연기도 많이 났는데 지금은 연기도 적고 열 효율이 좋으니 조리 시간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 미얀마 온실가스 줄여 국내배출권 확보

쿡스토브를 사용하면 재래식 스토브를 사용할 때보다 땔감 양을 최대 44%를 절감할 수 있다. 재래식을 사용할 때보다 대당 연 1.2t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셈이다.


앞으로 미얀마 사가잉구를 비롯해 건조화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마궤와 만달레이 등 3개 구에서 기존 재래식 스토브 대신 이런 신식 쿡스토브를 사용하는 주민이 늘 것으로 보인다. 5일 세계 환경의날을 맞아 미얀마 정부가 한국의 기후변화센터와 협력해 ‘미얀마 고효율 쿡스토브 보급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청정개발체제) 사업’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센터가 사업개발을 총괄하고 삼표 한국남동발전 한국전력공사 SK텔레콤 등 4개 국내기업이 투자비용을 낸다.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는 이유는 쿡스토브 보급 사업이 단순히 좋은 취지의 사회공헌사업이어서만은 아니다. 사업 참여 기업들도 금전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미얀마 주민들의 쿡스토브 사용량에 비례해 탄소배출권(CER)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채택된 유엔 기후변화회의 파리협약에 따라 우리나라도 195개 당사국 중 한 나라로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켜야 한다. 이에 정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요 기업들에 할당량을 부과하고 그 양보다 적거나 많게 배출하는 기업들이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구축했다. 배출권 없이 온실가스를 초과 배출하는 기업은 온실가스 1t당 배출권 평균 거래가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발전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이 단시간에 기존 설비를 교체하긴 어려운 일이다. 태양광 패널 설치 등을 통해 배출권을 확보하는 방법은 초기 투자비용도 많이 들고 배출권 확보에 시간도 오래 걸렸다.

정부는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고 배출권 시장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 올해부터 제도를 정비했다. 해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기여하면 그 실적을 국내 상쇄배출권(할당 업체가 외부 사업으로 온실가스를 저감했을 때 국내 배출권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쿡스토브 지원은 이렇게 해외 저감량을 국내 상쇄배출권으로 전환하는 첫 사례다.

4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열린 미얀마 고효율 쿡스토브 보급 CDM 사업 착수식에 참여한 한국 기업인들과 미얀마정부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후변화센터 제공
4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열린 미얀마 고효율 쿡스토브 보급 CDM 사업 착수식에 참여한 한국 기업인들과 미얀마정부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후변화센터 제공
1대당 5달러(약 5300원)로 가격이 싼 데다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 양이 많고, 저감실적이 확연해 배출권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삼표의 송석훈 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는 “시멘트 업종 특성상 탄소 배출을 줄이기 힘들었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됐다”며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 기후변화대응에 사회공헌까지… ‘일석이조’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이런 CDM 사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기술적·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통해 감축된 온실가스량의 일정 부분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개도국 기후변화 대응과 취약계층의 삶의 질 개선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고 말했다.

미얀마 정부와 우리 기업, 기후변화센터의 협약에 따라 쿡스토브는 매년 10만8000대씩 최소 5년간 취약계층에 보급될 예정이다. 특히 해외에서 쿡스토브를 수입해 보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을에 거주하는 토기장이들에게 쿡스토브 만드는 법을 전수해 생산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지속 가능한 개발 차원에서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쿡스토브를 만드는 주민들은 교육뿐만 아니라 재료비와 인건비 전액을 지원받고, 이외의 주민들은 무상으로 쿡스토브를 받는다.

올해 1월부터 쿡스토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총명 주민 에이코 씨(73)는 “예전에는 콩을 팔며 하루에 1만3000차트(약 1만400원)을 벌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쿡스토브 3대씩 만들어 6300차트(약 5040원)를 추가로 벌고 있다”고 말했다.

총명(미얀마)=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미얀마#쿡스토브#온실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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