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채용 증거인멸 혐의도 추가
전 행장, 전-현직 임원 곧 소환 조사… 구청 펀드 손실금 메워준 의혹도
최근 채용 비리 등 연이은 악재로 뒤숭숭한 대구은행 칠성동 제2본점 모습. 수성동에 있는 본점은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대구은행 제공
대구은행이 잇따른 비리 수사로 기업 신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역의 대표적인 금융기관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검찰과 경찰 수사를 장기간 받으면서 지역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구은행은 최근까지 압수수색 10여 차례, 은행장 사퇴, 전·현직 임원 소환 조사 등이 이어지면서 ‘비리 은행’이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은 11일 통합이사회를 열고 외부 인사 영입과 지배구조 개편 등을 논의하고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당분간은 비상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 조직이 안정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검은 대구은행의 채용 비리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는 전 인사부장 A 씨에 대해 조만간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와 함께 입건된 전·현직 인사부장 3명의 기소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은 2015∼2017년 대구은행 직원 채용 과정에서 부정 청탁 응시자 11명의 면접 점수 등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채용 비리 조사 방침을 밝힌 직후 해당 부서 직원들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A 씨는 강한 자기장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는 디가우징 수법으로 증거를 인멸했다. 검찰은 A 씨가 채용 대행업체에도 자료 삭제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파악했다.
검찰은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의 30억 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를 채용 비리 사건과 병합하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박 전 행장은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상품권 판매소’에서 수수료를 떼고 현금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대구은행 사회공헌부서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금전 거래 자료 등 관련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행장과 전·현직 임원들을 곧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참고인 신분이지만 채용 청탁 리스트가 나왔고 조직적으로 하달된 정황이 있는 만큼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대구은행이 수성구의 해외 펀드 손실금을 보전해준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수성구는 2008년 대구은행이 운용하는 해외 펀드에 공공자금 30억 원을 투자했지만 이후 12억200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대구은행은 2014년 손실액 전부를 수성구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현직 임원 10여 명이 개인 비용으로 손실 보전을 부담한 정황을 잡고 막바지 수사 중이다. 여기에는 박 전 행장의 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 전 행장의 불법 비자금 조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정황을 포착했다. 박 전 행장 등이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손실금을 보전해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 투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뿐 아니라 대가 여부에 따라 뇌물공여 혐의 등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여직원 성추행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간부 4명을 중징계하는 등 잇단 악재로 곤욕을 치렀다. 박 전 행장은 이달 초 잇단 검경 수사가 진행되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이에 대구은행은 유례없는 직무대행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경영 공백으로 인해 올해 굵직한 사업 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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