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지위 이용한 간음’ 적용될듯… 협박 있었으면 강간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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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성폭행 파문]사법처리 어떻게 될까

안희정 사임… 비어있는 도지사석 6일 충남 예산군 충남도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가 열린 회의장의 
도지사석이 비어 있다(왼쪽 사진). 예산=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안희정 사임… 비어있는 도지사석 6일 충남 예산군 충남도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가 열린 회의장의 도지사석이 비어 있다(왼쪽 사진). 예산=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에게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 정무비서 김지은 씨(33)가 안 전 지사를 6일 검찰에 고소하면서 사건의 국면이 안 전 지사의 사법처리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김 씨의 피해 증언에 대해 안 전 지사도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며 자기 잘못을 인정한 상태여서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가닥이 지어진 상황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미뤄 볼 때 안 전 지사에게 적용이 유력한 혐의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다. 이 혐의는 회사 상사와 부하, 고용자와 피고용자 등 상하관계가 뚜렷한 관계에서 상급자가 지위를 이용해 하급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맺는 경우 적용된다.

‘위력(威力)’은 타인의 의사를 제압하는 유·무형적인 힘을 모두 말하며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게 2007년에 나온 대법원 판례다. 안 전 지사와 김 씨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에서 안 전 지사가 “뭐하니?” “괘념치 말거라” “거기 있니?”라며 반말을 사용한 것에는 위계질서가 작용한 듯한 분위기가 배어 있다.

안 전 지사에게는 또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이외에 강간이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다만 강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김 씨가 이날 고소한 혐의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다.

법률구조공단 신진희 변호사는 “폭행·협박이 어느 정도 있었으면 강간죄가, 없었다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김 씨의 진술 내용으로 볼 때 지시복종 관계가 있었다고 보이기 때문에 업무상 위력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도의회 브리핑룸에는 이날 안희정 전 지사가 의회에 제출한 사임 통지서가 붙어 있다. 사임 
이유를 ‘개인 신상’(점선 안)이라고 밝혔다. 예산=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도의회 브리핑룸에는 이날 안희정 전 지사가 의회에 제출한 사임 통지서가 붙어 있다. 사임 이유를 ‘개인 신상’(점선 안)이라고 밝혔다. 예산=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재판에서 성폭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증 없이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성폭행 사건에선 수사기관 조사와 재판 진술이 일관돼야 신빙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동서남북 장철우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피해자 진술만 일관성이 있다면 충분한 증거로 인정될 것”이라며 “안 전 지사 본인이 합의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발표를 부인했기 때문에 이후에 혐의를 부인해도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의 혐의가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된다면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다수의 변호사들은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은 징역 2∼3년, 강간은 3∼5년의 실형이 선고된다. 형법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도록 규정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보다 형이 무겁다.

만약 안 전 지사가 범행을 부인하거나 추가 범행이 드러나면 가중 처벌될 수 있다. 선종문 변호사는 “이론상으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은 경합범의 경우 최대 징역 7년 6개월까지 선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오혁 hyuk@donga.com·이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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