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재판연구원때 배당사건… 변호사된 뒤 수임해 재판 참여
1년 같이 근무한 민원장이 재판장
선고 앞두고 문제 불거져 재배당… 해당변호사-법무법인 징계 불구
민 원장은 아무런 조치도 안 받아… 민 원장 “法위반 소지 인지 못해”
2014년 서울고법에서는 판사 업무를 보조하는 재판연구원 출신의 최모 변호사(41·변시 1회)가 자신이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재판부에 배당된 사건을 변호사 전직 이후에 수임한 이른바 ‘셀프수임’ 논란이 터져 법조계에 파문이 일었다. 이 논란으로 최 변호사와 그가 속한 법무법인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징계를 받았고, 서울고법은 셀프수임 사건을 행정7부에서 행정2부로 재배당했다.
그런데 이 논란에 대한 동아일보 취재 결과 최근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임명된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59·사법연수원 14기·사진)가 당시 셀프수임 사건의 재판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외부에서 논란이 불거질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A 법무법인은 2013∼2014년 포스코ICT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에 따른 시정명령 및 10억2000여만 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받은 뒤 제기한 취소 청구소송에서 포스코ICT 측을 대리했다. 이 사건은 2013년 12월 서울고법 행정7부에 배당됐다. 최 변호사가 2013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1년간 민 법원장이 재판장이던 행정7부에서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기간에 사건이 배당된 것이다.
최 변호사는 재판연구원을 마치고 A 법무법인에 입사한 뒤인 2014년 5월 12일부터 자신이 서울고법 행정7부에서 근무할 때 배당된 포스코ICT 관련 소송을 수임했다. A 법무법인은 그해 5월 29일 2회 공판부터 최 변호사를 본격적으로 투입했고, 7월 3일 변론은 종결됐다. 판결 선고만 남겨둔 상황에서 최 변호사의 부적절한 사건 수임이 알려지자 A 법무법인은 7월 23일 최 변호사를 변호인단에서 제외하겠다는 지정철회서를 법원에 냈다. 서울고법도 8월 사건을 행정2부로 재배당했다.
민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은 8일 본보에 “최 변호사 근무 당시 해당 사건에 대해 검토한 바 없는 것으로 기억하고 실질적 심리는 최 변호사 퇴직 이후 진행돼 최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소지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유사 사례에 대한 전례나 해석이 없던 상황”이라며 “문제가 제기된 이후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고자 사건을 재배당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2014년 5월 “재판연구원도 사건 수임을 제한받는 공무원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법관 등의 사무 분담 및 사건 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재판장이 자신 또는 재판부 소속 법관과 개인적인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의 선임으로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오해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민 법원장이 당시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재배당 등의 소송지휘를 먼저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변호사단체 관계자는 “불과 석 달 전까지 자신과 함께 근무했던 재판연구원이 소송 대리인으로 들어왔는데도 그대로 재판을 진행했다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을 방조했다는 의심을 받을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2014년 당시 법원은 재판부 변경 외에는 민 법원장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민 법원장은 그해 8월 12일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에 임명되고, 9월 여기자들이 포함된 저녁식사 자리에서 “7cm면 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 신용카드의 크기가 딱 그렇다”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 2015년 2월 정기인사에서는 서울동부지법원장으로 영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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