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짓밟은 ‘잔혹 10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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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40대 노숙인 조롱하며 따귀 때리고 동전까지 빼앗아
법원, 상습전과 3명에 징역형

지난해 6월 27일 오전 3시경 전모 씨(21)와 안모 군(19) 등 10대 3명은 오토바이를 타고 광주 동구의 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때 주변 광주천에서 잠을 자던 노숙인 유모 씨(47)와 최모 씨(39)가 이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전 씨 등은 오토바이를 세우고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유 씨의 엉덩이를 발로 찼다. 최 씨는 재빨리 몸을 피해 화를 면했다.

하지만 유 씨는 다리가 불편해 달아나지 못했다. 전 씨와 안 군 등은 유 씨를 조롱하며 팔과 다리를 계속 폭행했다. 주먹으로 유 씨의 얼굴과 귀를 때리며 “달아난 최 씨를 데려오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쓰러진 유 씨의 다리를 잡아 돌리며 팔을 잡고 끌었다. “열 대만 맞자”며 얼굴과 가슴 등 온몸을 때렸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유 씨가 비명을 지르자 “비명 지르면 아예 죽여 버리겠다”고 겁을 주며 계속 폭행했다.


또 “최 씨를 쫓아가다 신발을 하천에 빠뜨렸다”며 유 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이들은 유 씨의 주머니에 있던 동전 1200원을 빼앗았다. 그리고 유 씨의 신발과 가방 옷 등을 하천에 던져버렸다. 무자비한 폭행과 조롱은 다른 노숙인이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20분간 이어졌다. 전 씨 등은 경찰을 보자 달아났다.

전 씨와 안 군 일행의 이유 없는 폭행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9월 24일 0시 반 광주 남구의 한 골목에서 이들은 서로 발차기를 하다 넘어졌다. 길을 지나던 오모 씨(21·여)가 우연히 이 장면을 보고 웃었다. 전 씨 등은 오 씨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린 뒤 끌고 다니며 폭행했다. 경찰은 전 씨 일행이 폭행을 저지른 현장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끝에 4명 모두를 검거했다. 조사 과정에서 폭행 사건 2건이 더 확인됐다. 동네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절도, 폭행 등의 전과가 합쳐서 20건에 달했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 강규태 판사는 8일 공동상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구속했다. 안 군 등 3명에게는 징역 10개월∼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폭행 동기와 방법을 보면 극악무도하고 폭력 습관에 젖어 있어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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