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지붕 올려 지역특성 살리고, 붉은 벽돌 아이비리그 본뜨고…

  • 동아일보

[캠퍼스 혁신 나서는 지방대 上]

《 지방대학들은 너나없이 위기다. 위기의 원인은 학령인구의 감소, 서울 및 수도권 대학으로 집중, 대학 내 혁신부재 등 여러 가지다. 캠퍼스는 대학 브랜드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라는 점에 착안한 일부 지방대학들은 캠퍼스를 발판삼아 대학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정체성과 어울린 캠퍼스 구성, 랜드마크 건립, 외관 및 조경의 일관된 전략 등 캠퍼스는 대학을 시장에 알리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 2회에 걸쳐 지방대학들의 캠퍼스를 통한 발전전략을 알아본다. 》
 
올 9월 전북대 정문 부근에 완공 예정인 큰사람교육개발원. ‘한스타일 캠퍼스’ 핵심 건물로 대학의 랜드마크가 됨은 물론 ‘한옥마을 전주’의 이미지를 강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북대 제공
올 9월 전북대 정문 부근에 완공 예정인 큰사람교육개발원. ‘한스타일 캠퍼스’ 핵심 건물로 대학의 랜드마크가 됨은 물론 ‘한옥마을 전주’의 이미지를 강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북대 제공
‘지역 특성 반영’과 ‘해외 명문대 벤치마킹’.

캠퍼스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는 지방대학들의 기본 전략이다. 국립대는 지역 특성 반영에, 사립대는 해외 명문대 벤치마킹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특히 국립대의 경우 설립 목적에 맞게 연구와 교육뿐 아니라 지역의 특성을 다양하게 반영한 캠퍼스 조성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 지역의 외관과 하나 되는 국립대

전북대가 조성 중인 ‘한스타일 캠퍼스’는 현재 대학가에서 지역 특색을 잘 반영한 캠퍼스 전략으로 꼽힌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전주)와 ‘한국 속의 한국’(전북)이란 지방자치단체의 브랜드 슬로건을 캠퍼스에 투영해 대학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북과 전주 등 해당 자치단체들도 전북대의 전략이 지역발전에 기여한다고 보고 한스타일 캠퍼스를 상징하는 핵심 건물인 ‘큰사람교육개발원’을 짓는 데 각각 10억 원을 지원했다. 내년 한스타일 캠퍼스 조성이 끝나면 전북대는 국내 대학 중 가장 많은 한옥형 건물을 보유하게 된다. 안득수 전북대 한스타일캠퍼스조성본부장(조경학과 교수)은 “한스타일 캠퍼스는 ‘전북대=한옥’ 이미지를 만드는 데 핵심요소로 ‘CBNU 프리미엄’ 브랜드를 시장에 확고히 각인시키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때 형성된 이미지는 대학이 이룬 성과에 비해 부족했던 인지도와 평판도를 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스타일 캠퍼스의 주요 사업은 △큰사람교육개발원 △개교70주년기념광장 △법학전문대학원 △국제컨벤션센터 등을 한옥형 건축물로 짓는 것. 특히 올 9월 말 완공되는 큰사람교육개발원은 정문 부근에 지어져 자연스럽게 정문도 겸하면서 강학, 전시, 행정 공간으로도 활용하는 7동의 건물로 구성된 복합 공간이다. 완공 후 전북대 랜드마크로서의 역할과 한옥도시 전주의 또 다른 명물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북대는 이 건물 외관이 ‘한옥마을 전주’에 대한 이미지 강화는 물론이고 건물을 이용해 지역민과의 교류도 활발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월 말 개교70주년기념광장에 들어설 누각도 전북대의 한옥 캠퍼스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건물이다. 이 누각은 백제의 건축양식인 하앙(下昻: 처마를 길게 뽑아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하는 백제의 건축 기법)식 기법을 적용해 5672m² 크기의 광장에 54m² 규모로 경복궁 경회루처럼 물 위에 떠 있는 형태로 세워질 예정이다.

제주대 아라 캠퍼스 전경. 제주대 제공
제주대 아라 캠퍼스 전경. 제주대 제공
제주대 아라 캠퍼스는 ‘힐링의 섬 제주도’를 연상케 한다. 제주대는 ‘힐링 캠퍼스’를 바탕으로 교육 만족도를 끌어올릴 뿐 아니라 외부기관의 위탁교육을 유치해 수익 창출과 대학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학생들은 캠퍼스 경쟁력이 제주대의 강점 중 하나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진순화 기획평가과장은 “박물관 옥상 라운지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전경은 최고”라고 자랑했다. 1980년에 조성된 159만5962m² 크기의 아라 캠퍼스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식물들과 문화 콘텐츠들을 캠퍼스 곳곳에 조성해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캠퍼스 뒤쪽 ‘삼의’ 오름과 붙어있는 동물생명공학과 실습장 겸 승마장, 수의과대학 말 전문 동물병원이 있는 공간은 제주대 캠퍼스의 강점을 돋보이게 한다. 아라 캠퍼스는 뛰어난 환경을 인정받아 2013년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그린 캠퍼스’로 선정하기도 했다.

○ 아이비리그 등 벤치마킹한 지방 사립대

한동대 느헤미야 홀. 한동대 제공
한동대 느헤미야 홀. 한동대 제공
지방 사립대 중 캠퍼스 조성에 공을 들이는 대학으로는 한동대와 계명대가 꼽힌다. 두 대학 모두 ‘아이비리그 스타일’을 지향한다. 한동대와 계명대 모두 대학 설립 때부터 붉은색 벽돌 건물을 ‘기본’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예일대 등 미국 동부 8개 명문 사립대를 의미하는 아이비리그의 대학 건물의 상당수가 붉은색 벽돌 건물인 것을 벤치마킹했다.

다만 차이는 있다. 한동대가 현대적인 건축 양식이라면 계명대는 본관, 대학원관, 채플 같은 상징적인 건물들이 고전 양식이다. 한동대 안팎에서는 ‘젊은 대학(1995년 개교)’이란 점 때문에 붉은색 벽돌 건물을 지향하면서도 전체적인 건축 양식에서는 현대적인 느낌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명대 성서 캠퍼스 아담스 채플. 계명대 제공
계명대 성서 캠퍼스 아담스 채플. 계명대 제공
계명대는 미국 북장로회 주한 선교부의 지도자들이 중심이 돼 설립했다. 이들은 대학을 설립하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을 다시 일으켜 세울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는 아이비리그 같은 명문대를 만들자’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런 전통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고풍스러운 건물을 벤치마킹했다는 평가가 많다. 계명대는 건물 근처에 담쟁이도 적극 심는다. 아이비리그 캠퍼스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담쟁이 덮인 붉은 벽돌 건물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계명대 관계자는 “학교에 따로 규칙이 있는 건 아니지만, 붉은색 벽돌 건물을 학교의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외국어대는 2014년 금정산 기슭을 최대한 활용한 남산동 캠퍼스의 준공으로 ‘학교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캠퍼스가 갖는 긍정적 요소를 대학발전에 활용한 것. 남산동 캠퍼스는 부산의 상징 중 하나인 금정산 동쪽사면에 있으며 뒤로는 금정산이 있고 앞으로는 시내를 조망하고 있다. 이 캠퍼스는 대학 캠퍼스 설계로 유명한 일본의 ‘니켄세키’가 담당했다. 니켄세키는 일본 릿쿄대, 아오야마대 등의 캠퍼스를 설계했다. 니켄세키는 부산외대 캠퍼스 조성 과정에서 ‘학생을 배려한 자연 속 교육 공간’을 구현했다. 인도와 차도의 완벽한 분리, 기능별 건물 배치, 장애인 배려 시설 등은 캠퍼스 외관 못지않은 경쟁 요소로 꼽힌다.

한편 대한불교 천태종이 운영하는 충남 논산의 금강대는 불교를 상징하는 꽃인 ‘연꽃’을 주요 시설에 반영한 게 캠퍼스의 특징이다. 금강대는 대학본부 건물 앞에 연꽃을 모티브로 한 분수를 만들었다. 또 도서관 건물 위에도 연꽃을 상징하는 철 구조물을 설치해 놓았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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