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의 낭만을 책임지는 ‘송파 은행잎’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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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재활용에 앞장서는 송파구
구내서 수거한 은행잎 남이섬에 보내 관광자원으로 활용-소각비용 절약
친환경 비료로 만들어 농가에 제공

강원 춘천 남이섬 내 인부들이 서울 송파구에서 수거해 간 은행잎 20t을 정리하고 있다. 송파구 제공
강원 춘천 남이섬 내 인부들이 서울 송파구에서 수거해 간 은행잎 20t을 정리하고 있다. 송파구 제공
“올해도 은행잎들 강 건너 입양 보냅니다.”

21일 서울 송파구청 자원순환과 담당자가 말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지만 송파구는 2006년부터 12년째 구내에서 수거한 은행잎 20t을 60km 떨어진 ‘북한강 건너 남이섬으로 입양’ 보내고 있다.

강원 춘천 북한강에 위치한 관광명소 남이섬에는 100m 남짓한 길이의 은행나무 길이 있다. 전나무 길과 함께 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길 중 하나다. 하지만 남이섬은 서울보다 북쪽이라 낙엽도 일주일가량 빨리 진다. 관광객들이 가을의 절정에 맞춰 나들이 올 때쯤엔 이미 낙엽이 진 상태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에 은행잎을 오래 두면 짓무르기 일쑤다.

이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강우현 남이섬 부회장이었다. 서울 송파구에 자택이 있는 강 부회장은 길을 걷다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지는 은행잎을 보고 송파구에 제안을 했다. 어차피 버려질 은행잎이라면 남이섬 은행길에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구 입장에서는 한 해 소각비용 200여만 원을 아끼면서 처치 곤란이던 낙엽을 관광자원으로 전용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송파구는 수거한 낙엽 중 양질의 은행잎을 선별해 남이섬으로 보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관광객들은 좀 더 오래 아름다운 은행길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남이섬은 고마움의 뜻에서 은행길 이름을 ‘송파은행길’로 명명했다.

송파구는 이 밖에도 수거한 낙엽 600t을 친환경 비료로 만들어 인근 농가에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여러 방법으로 재활용한 낙엽 덕에 아낀 처리 비용이 1억 원에 이른다”고 구 관계자는 밝혔다. 구내 놀이공원에도 낙엽을 인테리어용으로 제공하고 지난해부터는 석촌호수 동호 일대에서 낙엽거리 축제를 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낙엽이 주는 특별한 심리적 안정 효과가 분명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예쁜 것을 떠나서 따뜻하고 낭만적인 느낌을 주는 만큼 관광자원으로서 효용성을 잘 고민해 보면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지자체가 직접 낙엽을 묵힐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부엽토를 생산하는 곳도 많아졌다. 하지만 지자체의 낙엽 활용방안은 대부분 비료 만들기에 머물고 있다. 더 많은 낙엽을 수용하기 위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은행잎#남이섬#송파 은행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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