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LED 식물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전북대 LED 농생명융합기술연구센터. 이 연구센터는 베트남 호찌민대학에 식물공장을, 캐나다 기업에 무병주 딸기 생산기술을 전수하는 등 세계적으로 농생명 융합 분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 전북대 제공
#1. 17일 오후 전북대 총장실. 이남호 총장과 알렌 라우 호주 스윈번대학 대외협력처장이 손을 맞잡았다. 양 대학이 한국-호주 첨단 탄소소재 기반 공동 협력 연구센터를 설립하자는 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호주 스윈번대학은 항공기부품, 탄소소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대학이다. 올해 발표된 라이덴랭킹에서 세계 150위권에 오를 만큼 수준 높은 연구력을 인정받고 있다.
#2. 전북대 LED농생명융합기술연구센터는 지난해 4월 베트남에 LED 농생명 선진 기술을 전파했다. 국립 호찌민대학에 LED 빛만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속성 재배할 수 있는 조직배양실과 식물공장을 설치했다. 이에 앞서 2015년에는 캐나다 기업에 LED식물공장을 이용한 무병주 딸기 생산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전북대의 연구력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공동연구 제안은 물론이고 기술이전까지,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전북대가 탄탄한 연구력과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를 갖췄다는 평판을 받기 때문이다. 전북대 연구진이 낸 연구 성과들은 지역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가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첨단 부품소재 기술, 지역 넘어 세계가 주목
이 대학 BIN융합공학과 이중희 교수는 탄소소재 분야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전북대를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으로 육성하는 사업을 이끌었고, 현재는 기초연구실지원사업(BRL)과 두뇌한국21플러스(BK21+)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의 논문은 다른 연구자들이 많이 인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 전체 공학 분야에서 논문 피인용 지수가 전국 2위였다.
이 교수의 연구 분야는 탄소를 기반으로 한 첨단 복합소재다. 그가 개발한 초경량 탄소복합재료 수소탱크는 현대자동차에서 양산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탑재돼 있다. 이 교수의 초경량 수소탱크는 탄소복합소재를 활용해 기존 금속 연료탱크에 비해 무게를 60% 이상 줄였다. 효율과 안정성은 크게 높였다. 수소탱크가 외부의 큰 충격에도 폭발하지 않으면서 가스가 배출되도록 해 매우 안전하다. 기존 금속 탱크에 비해 수명도 2배 이상 된다. 현재 일본 도요타자동차나 독일의 BMW자동차도 이 교수의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전북대에서 부품소재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또 다른 핵심 연구소는 고온플라즈마응용연구센터다. 국내 최초, 세계 다섯 번째로 설립된 이 연구센터는 제4의 물질로 불리는 플라스마를 이용, 초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우주선 핵심재료 등을 연구한다.
전북대는 이를 위해 우주선의 행성 진입 및 지구 재진입 상황과 같은 극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2.4MW급 플라스마 발생장치 구축 등을 위해 400억 원 가까이 투입했다.
연구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엔 세계 최초로 탄소 복합재 초고온 세라믹 코팅 기술을 개발했다. 세계 세 번째로 개발한 질화붕산 나노튜브 대량합성 기술은 전기전자 및 우주 분야 연구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우주 개발 프로젝트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초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우주 비행체 소재 개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비행체가 우주 진입과 지구 재진입 시 발생하는 2500℃ 이상 극한의 열에 견딜 수 있는 탄소복합재 초고온 세라믹 코팅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연구가 성공할 경우 우주개발 기술 자립화 기여는 물론이고 가스터빈과 산업기계, 초음속 비행체 소재 분야 연구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농생명 연구 인프라 탄탄…지역산업에 활력
농생명 연구 인프라도 세계 수준이다. 최근 문을 연 농축산용 미생물산업 육성지원센터를 비롯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국내 대학 최대 규모의 식물공장을 보유한 LED-농생명융합기술연구센터 등에서는 대한민국 미래 100년 먹거리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전북혁신도시 이전 농생명 분야 연구기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올 9월 전북 정읍시에 문을 연 ‘농축산용 미생물 산업 육성지원센터’는 농축산용 미생물 산업 관련 국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국비 150억 원 등 160억 원이 투입됐다.
미생물 관련 업계·기관과의 인적·물적 네트워크 구축, 미생물 제품화 연구, 민간업체 산업화 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이 이 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특히 미생물 농약을 비롯해 비료, 사료 첨가제 등 농축산용 미생물제품 개발과 공급, 품질관리에 대한 애로사항 해결 사업도 추진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에서는 사람과 동물에게 동시에 감염될 수 있는 감염병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올봄 국내 최초로 메르스와 같은 고위험 인수공통병원체 연구를 언제든지 수행할 수 있는 ‘대동물 이용 생물안전 3등급시설(ABL-3)’로 인증 받았다.
연구소는 현재 인체 브루셀라 감염병 예방용 백신 개발 연구 과제와 신종 바이러스 감염대응 융합 솔루션 개발 연구 등 94억 원 규모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북대는 또 가금류질병방제연구센터를 열고 AI 등 가금류 질병 정복을 위한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농식품부 등으로부터 7년간 154억 원을 지원받는다. 가금류 질병에 대한 체계적 관리,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백신, 동물의약품, 친환경 소독제 등 신약 개발에 집중한다. 또 최신 진단기술 및 치료기술부터 방역활동 분야까지 이론과 실무 역량을 겸비한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메르스 등 국가 재난형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연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대학 김대혁 교수팀(분자생물학과)은 올해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이공분야 대학중점연구소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을 통해 연구팀은 정부로부터 50억 원의 지원을 받아 ‘국가 재난형 질병 제어를 위한 신속·맞춤형 유전공학 기반 기술 개발 및 활용 연구’를 수행한다.
LED 농생명 융합기술연구센터는 국내 대학 최초, 최대 규모 식물공장에서 LED 빛으로 채소를 생산한다. 햇빛을 이용해 키우는 것보다 품질이 좋고, 바이러스나 병원균에 오염되지 않으면서도 생산량이 3∼4배 많은 기술이다. 또한 고구마나 딸기, 블루베리 등의 무병주 묘목 생산기술을 농가에 적용해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손진호 전문기자 songbak@donga.com
▼ 캠퍼스 담장 허물고 둘레길 함께 걷는다 ▼
전북대가 추진 중인 지역사회와의 공감 정책이 지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이 갖고 있는 문화적 자산에 적극 공감하고, 대학이 갖고 있는 자원을 지역과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인 전주의 대표대학에 맞는 한국적인 캠퍼스를 조성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드는 노력이다. 지역과의 문화적 공감을 통한 상생을 이룰 뿐 아니라 대학이 보유한 천혜의 생태 자원도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고 있는 것.
전북대에는 담장이 없다. 캠퍼스 외곽을 가로지르던 담장을 허물고 인도를 아예 대학 안으로 집어넣었다. 주변에 나무를 심고 길 중간에 지역민 누구나 예술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무료 갤러리와 버스킹 공연장, 쉼터 등을 만들었다.
이 길은 대학과 지역이 공감하는 출발점이라는 의미에서 ‘공감터길’이라 부른다. 대학 옛 정문에서 덕진공원까지 길은 누구나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무장애나눔길’로 조성되고 있다. 길들은 전국에서 유례가 없는 11.4Km의 캠퍼스 명품 둘레길로 이어진다. 전북대 주변에는 149만 m²에 이르는 건지산과 오송제, 덕진공원 등 풍부한 생태·자연 경관이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자산이다. 대학은 이를 활용해 캠퍼스 둘레길을 조성해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상징적인 대학의 랜드마크로 만들어가고 있다.
드넓은 캠퍼스의 유휴지도 지역민들에게 돌아간다. 지역 소통과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100여 구획의 캠퍼스 텃밭을 만들어 지역민들에게 분양하고 있다. 매년 시농식과 가을걷이 행사를 열어 음식을 나누고 있는데 지역민들에게 인기다.
이남호 총장은 “문화적 요소 등 지역 특색에 보조를 맞추고 공감하는 것이 대학과 지역이 상생하는 첫걸음”이라며 “전북대가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를 조성해 지역 사회와 문화적으로 소통하고, 대학의 다양한 자원을 지역사회와 공유한다면 지역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