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 노리는 시외버스터미널 몰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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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화장실서 은밀히 촬영… 텀블러에 동영상 연이어 올라와

정부가 몰래카메라(몰카)와의 전쟁까지 선언했지만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남성도 몰카 피해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의 한 블로그에는 서울의 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촬영했다는 몰카 영상이 잇달아 게시되고 있다. 영상은 대부분 남자화장실에서 촬영된 것이다. 특히 버스터미널을 이용하면서 화장실을 찾은 군인들의 몰카 영상이 많다. 일부 영상에서는 몰카 촬영자로 보이는 한 남성의 모습도 언뜻 보인다.


해당 버스터미널을 확인한 결과 영상 속 장면과 일치했다. 이곳에는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불쾌한 행동을 하면 즉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경고문까지 붙어 있다. 몰카 피해가 잦자 상인들은 자발적으로 화장실 순찰까지 하고 있다. 당구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달 한 20대 남성이 화장실을 몰래 엿보는 걸 목격했다. A 씨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그 남성은 그대로 달아났다. 7월에는 화장실 옆 칸을 내려다보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남성을 붙잡으려다 놓치기도 했다. A 씨는 “여기는 남자화장실 몰카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며 한숨을 쉬었다.

해당 터미널을 이용하는 일부 군인들도 몰카 피해를 알고 있었다. 10일 터미널에서 만난 군인 B 씨(22)는 “휴가 나오기 전 부대 선임이 ‘몰카로 유명해지고 싶지 않으면 터미널 화장실에 아예 가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몰카 피해자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이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 몰카 피해자는 2015년 120명에서 지난해 160명으로 늘었다. 올 들어 1∼8월 125명으로 연말에 2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몰카 영상이 많이 올라오는 텀블러의 경우 운영업체인 야후가 미국 법을 들어 성인음란물 수사에 비협조적이라 수사가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야후 한국지사가 철수하면서 수사당국이 협조를 요청할 창구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 기자
#시외버스터미널#군인#남자#몰카#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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