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에도 소외계층 보살펴준 따뜻한 사람들

  • 동아일보

광주종합사회복지관 직원 10여명, 골목길 누비며 사랑의 도시락 전달
무료급식소 3곳도 노인에 식사제공

추석 연휴였던 7일 광주 동구 용산동 빛고을종합사회복지관 식당에서 소외계층 아동과 노인들에게 전달할 도시락을 조리하는 모습.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추석 연휴였던 7일 광주 동구 용산동 빛고을종합사회복지관 식당에서 소외계층 아동과 노인들에게 전달할 도시락을 조리하는 모습.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철수야!”

7일 오전 11시 광주 동구의 한 주택 앞에서 빛고을종합사회복지관 직원 마인숙 씨(42·여)가 외쳤다. 양손에는 도시락 4개가 들려 있었다. 반가운 목소리에 김철수(가명·18·고2) 군이 뛰어나왔다. 김 군은 “4년 동안 형제들이 복지관의 도시락을 먹었다. 추석 연휴가 길어 걱정했는데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며 맑게 웃었다.

김 군은 어머니(48)와 형(19·고3), 초등학교 5, 2학년인 두 남동생과 살고 있다. 엄마는 4년 전부터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다. 형제가 끼니를 챙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형제는 학교에서는 급식으로, 집에서는 복지관에서 주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지관은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소외계층 아동과 노인 200여 명에게 1일 치 도시락과 함께 8일 치 먹을거리가 담긴 선물세트를 건넸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최장 10일로 길어진 탓에 7일 출근해 아동 117명과 노인 120명에게 도시락을 건넸다.

공미라 빛고을종합사회복지관 과장(43·여)은 “추석 연휴 때 홀몸노인 안부를 확인하고 소외계층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도시락을 추가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도시락을 조리하고 차량으로 배달하는 복지관 식당 직원 20여 명은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으로 이뤄진 자활사업단이다.

조리장 남모 씨(47·여)는 “대부분 쉬는 추석 연휴에 일을 했지만 우리보다 더 소외된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어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도시락을 배달하는 직원 14명은 40∼60대 여성들이다. 이들은 골목길을 누비고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도시락을 전한다. 일당은 3만2000원 수준이다.

9일 광주시에 따르면 끼니를 거를 위기에 놓인 아동과 청소년은 2904명이다. 이들 가운데 836명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2040명은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황인숙 광주시 여성청소년가족정책관은 “아이들이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아동 급식지원비를 한 끼에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석 연휴였던 2일 광주 남구 서동 사랑의 쉼터에서 급식이 끝난 뒤 즉석밥, 라면, 참치캔, 도시락 김 등이 들어있는 먹을거리 주머니를 나눠주자 이를 받기 위해 노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
추석 연휴였던 2일 광주 남구 서동 사랑의 쉼터에서 급식이 끝난 뒤 즉석밥, 라면, 참치캔, 도시락 김 등이 들어있는 먹을거리 주머니를 나눠주자 이를 받기 위해 노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
광주에서 끼니를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하는 노인은 5120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홀몸이어서 긴 추석 연휴가 외로웠다. 무료급식소 3곳은 쓸쓸한 노인들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문을 열었다. 광주 남구 사랑의 쉼터는 추석 연휴에 4일 동안 문을 열고 노인 1000여 명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인근 사랑의 식당은 6일 동안 2000여 명에게 음식을 건넸다.

동구 계림교회 사랑의 식당은 2일 동안 노인 300여 명의 식사를 챙겼다. 이들 무료급식소는 공휴일의 경우 끼니당 2500원 급식비가 지원되지 않고 자원봉사자를 구하기도 어려워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번 연휴에는 이만세 씨(67) 등 자원봉사자 수십 명의 따뜻한 손길이 있어 급식을 할 수 있었다.

계림교회 사랑의 식당 자원봉사자 조수웅 씨(78)는 “요즘은 끼니를 거르는 계층보다 혼자 생활하면서 음식을 제대로 조리해 먹지 못하는 정서적 소외계층이 대부분”이라며 “도시락과 무료급식이 명절이 더 쓸쓸한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추석연휴#광주종합사회복지관#사랑의 도시락#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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