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직원이 회삿돈 26억 원 횡령했는데…아무도 처벌하지 못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3일 22시 44분


경남 함양농협 직원이 회삿돈 26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본인은 물론 관리감독 책임을 진 농협 전·현직 임직원 등 관련자 전원이 아무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창원지법 거창지원 형사1단독 김덕교 판사는 범인도피와 신용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양농협 전·현직 임직원 8명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함양농협 전 가공사업소 직원 이모 씨(47)는 2002~2007년 농작물을 사들인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 조합 돈 26억2000여만 원을 빼돌렸다. 이 씨의 범행은 2015년 내부 감사에서 드러났지만 이미 공소시효(7년)가 끝나 처벌을 할 수 없게 된 후였다. 함양농협은 2007년 이 씨의 범죄를 파악하고도 2009~2015년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해 이를 은폐한 전·현직 조합장과 임직원 등 총 8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법원은 검찰이 농협 관계자들에게 적용한 신용조합협동법의 공소시효가 5년이어서 이들 8명이 2009~2011년 저지른 회계조작 등은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2012~2015년에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남아있지만, 신용협동조합법은 농협의 사업 가운데 신용사업(예금·대출·보험 등)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경제사업(농작물 수매 및 판매 등)에서 벌어진 회계조작 등은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밖에 농협 관계자들이 이 씨의 도피를 도왔다는 검찰의 기소 내용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할 방침이다.

함양=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