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자작극’ 女승무원… 셋째 아이만 진짜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두 아이 서류 위조해 거짓 신고
수당-장려금 등 4840만원 챙겨… 초등교 예비소집 안 나타나 들통
6개월만에 친정집서 붙잡혀

국내 유명 항공사 승무원인 류모 씨(41)는 2010년 3월 딸을 낳았다. 류 씨는 새롬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서울 강남구의 한 동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했다. 출산휴가 중이던 류 씨는 회사로부터 매달 100만 원가량의 출산휴가 급여를 받고 있었다. 출생신고 후 매월 정부의 양육수당 20만 원도 꼬박꼬박 류 씨 계좌에 입금됐다.

2012년 9월 류 씨는 둘째 딸 새영이를 낳았다. 이번에는 출산장려금 500만 원까지 받았다. 류 씨가 4년간 두 딸을 낳아 기르며 정부와 회사로부터 받은 각종 양육 지원금은 약 4840만 원. 하지만 새롬이와 새영이는 아무 혜택을 받지 못했다. 무료 접종 같은 의료서비스를 받은 적도 없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태어나지 않은, 서류에만 있는 가공의 아이들이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8일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정부와 회사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사문서 위조 등)로 류 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류 씨는 결혼 후 아이를 갖지 못했다. 인공수정도 실패했다. 입양을 알아봤지만 절차가 복잡했다. 그래서 일단 출생신고를 한 후 나중에 아이를 입양하려 했다는 것이 류 씨의 진술이다. 류 씨는 2007년 사망한 강남의 한 산부인과 의사 서명을 위조해 문서를 작성했다. 양육수당 등을 신청한 이유는 “혹시나 동사무소 직원이 의심할까 봐 그랬다”고 말했다.

7년간 이어진 류 씨의 자작극은 올 2월 꼬리가 잡혔다. 강남의 한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류 씨의 아이로 신고된 학생이 불참한 것이다. 경찰은 병원 진료 기록이 없는 점 등을 수상히 여기고 수사에 나섰다. 올해 초 이혼한 류 씨는 세 번째 임신을 했다며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잠적했다. 당시 류 씨는 한 남성과 동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검거 당시 류 씨는 인천의 친정집에 있었다. 곁에는 생후 2개월 된 남자아이가 있었다.

경찰은 류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앞서 5월 류 씨의 전남편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그는 류 씨의 단독 범행을 주장했지만 양육수당 중 일부가 계좌로 입금된 정황이 확인됐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자작극#승무원#위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