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성폭행 무고’ 엇갈린 판결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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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女 국민참여재판서 1심 무죄, 지난 1월 또다른 여성은 징역 2년
둘다 유흥업소 종업원이지만, 사건 직후 행적에 큰 차이
‘무죄女’는 곧바로 112에 신고
‘유죄女’는 거액 합의금 요구하다 협상 깨지자 뒤늦게 경찰에 고소

“(제가 연예인의) 한낱 장난질에 사용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4일 오후 11시 45분경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31)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다가 오히려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송모 씨(24)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최후진술을 이어갔다. 송 씨는 “(박 씨 때문에) 저의 20대 삶은 망가졌다. 제가 죽어야만 사람들이 내 억울함을 알아줄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에게 호소했다.

박 씨 측 변호인은 “박 씨는 이 사건으로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받았다”고 맞섰다. 이날 오전 9시 반부터 다음 날 오전 2시 40분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배심원단 7명은 만장일치로 송 씨를 무죄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나상용)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송 씨가 허위사실을 신고하거나 (박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심원단의 판단과 같이 송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송 씨보다 앞서 ‘박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다가 무고 혐의로 기소됐던 여성 이모 씨(25)가 1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송 씨와 이 씨는 모두 유흥업소 종업원이다. 두 사람은 모두 박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장소도 업소 화장실로 같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사건 직후 보인 행적은 큰 차이가 있었고 이는 정반대의 재판 결과로 이어졌다. 이 씨는 사건 당일 박 씨의 매니저 차를 타고 귀가하는가 하면, 그 직후 지인들과 만나 클럽에 놀러가는 등 성폭행 피해자라고 믿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 반면 송 씨는 사건 직후 지인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며 조언을 구했고 112에도 신고했다.

박 씨를 고소한 과정도 크게 달랐다. 이 씨는 조직폭력배 등 남성 2명을 동원해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016년 6월 5일부터 박 씨 측에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이후 협상이 결렬되자 같은 달 10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반면 송 씨는 사건 이후 박 씨 측과 일절 연락을 하지 않았고 돈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앞서 배우 이진욱 씨(36)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기소됐던 오모 씨(33)도 지난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오 씨가 송 씨처럼 무죄를 선고받은 이유는 진술의 신빙성 덕분이었다. 사건 직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해 진술 내용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송 씨와 오 씨가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두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한 연예인들이 성폭행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고죄 재판은 피고인이 자신이 신고 또는 고소한 내용이 거짓이라는 점을 알고도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전진영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박유천#성폭행#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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