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유류 피해 극복 10년… 기적을 기록하다

  • 동아일보

서해안 유류 피해 극복 기념관 완공… 극복 과정-해양생태 교육 담고
123만 자원봉사자 조형물도 설치… 10주년 행사 맞춰 9월 개관하기로

마무리 단계에 이른 충남 태안의 ‘서해안 유류 피해 극복기념관’을 찾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왼쪽)와 한상기 태안군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당시 기록영상을 관람하고있다. 충남도 제공
마무리 단계에 이른 충남 태안의 ‘서해안 유류 피해 극복기념관’을 찾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왼쪽)와 한상기 태안군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당시 기록영상을 관람하고있다. 충남도 제공
유조선에 실린 원유 1만2547kL가 바다로 콸콸 쏟아졌다. 충남 태안 앞바다는 순식간에 기름으로 범벅이 됐다. 기자가 만리포 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주민과 공무원들이 큰 물통으로 파도처럼 밀려오는 바다의 기름을 걷어내느라 안간힘을 썼다.

○ 123만 감동의 물결 후 10년

만리포 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이 홍콩선적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충돌한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 6분의 일이다. 국내 최악의 유류 오염사고로 기록된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는 이렇게 시작됐다.

당시 ‘희망’이란 단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영원히 회생 불능일 것 같았던 바다가 다시 청정해역으로 살아났다. 여러 가지 치밀하고 발 빠른 대응 덕분이겠지만 그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몰려든 123만 자원봉사자의 감동의 물결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 후 10년. 유출 사고 발생부터 청정바다를 되찾기까지 ‘서해안의 기적’을 고스란히 담은 ‘서해안 유류 피해 극복 기념관’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기념관은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 인근 1만761m²의 터에 자리를 잡았다. 충남도는 현재 건축 공사를 모두 마치고 내부 전시물 보완 작업이 한창이다. 9월 성대하게 열릴 ‘서해안 유류 피해 극복 10주년 행사’에 맞춰 본격 개관한 뒤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 9월에 기념관 개관

29일 충남도에 따르면 이 기념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면적 2624m² 규모다. 사고를 극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123만 자원봉사자의 정신과 헌신, 유류 피해 극복과정, 해양재난 및 해양생태교육 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담았다.

1층은 전시실과 수장고로, 2층은 멀티룸과 다목적학습실로 조성했다. 도 관계자는 “여기에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의 사료를 모아 만든 상징 조형물을 설치했다. 태안을 다시 방문한 자원봉사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찾는 재미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2층 학습실은 해안사구와 갯벌을 미디어풀로 표현한 오션스크린, 해양생물 되어보기와 되살리기, 타르볼과 기름 제거하기 등을 통해 전문적 정보와 체험으로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도정 현장탐방 차 태안군을 찾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한상기 태안군수 등이 26일 기념관을 방문했다. 안 지사는 “10년 전 123만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들이 당시 검은 바다를 되살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며 “국민 모두가 감동을 온전히 되살릴 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생태학습이 가능하고 인근 지역과 연계한 관광명소가 되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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