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들도 분노했다… 악성블로거 징역 5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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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1兆 내놓은 ‘기부왕’에 “가짜 기부천사” 허위비방

“억울해 말도 못하고 있다. 세상이 그만 다 보기 싫다.”

관정(冠廷)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93)은 지난해 “‘마음의 병’을 얻었다”며 지인에게 한탄했다. 한 남성의 근거 없는 비방 탓이다. 이모 씨(56)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가짜 기부천사 이 (명예)회장은 아침저녁 한두 시간씩 전자오르간을 치면서 일본군 군가 십여 곡을 부른다’ ‘일평생 외도와 부인, 자식을 폭행으로 군림한 대한민국의 가정폭력범 원조실체 공개’ 등 근거 없는 비방글을 올렸다.

이 명예회장의 지인은 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온라인 비방 내용을 보고 명예회장이 ‘이렇게 얼토당토않은 소설을 쓰는 사람도 있다니 정말 처참하다’며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이 명예회장의 아들 이석준 삼영화학그룹 회장(63)도 “전부 다 각색하고 편집한 이야기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억울해했다.

‘기부왕’으로 알려진 이 명예회장은 1959년 삼영화학공업 주식회사를 설립해 50년 가까이 국내 석유합성수지 가공제품산업을 선도한 기업인이다. 2000년 10억 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지금까지 장학생 7000여 명을 지원하고 서울대 제2중앙도서관(관정도서관)을 건립하는 등 사재 1조 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 명예회장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이 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이 씨를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이례적으로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이 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이 씨는 이 명예회장의 종친이었다. 그는 “이 명예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며 20여 년 전의 행사 사진을 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명예회장의 지인은 “명예회장이 여러 행사를 다니며 우연히 마주쳤을지 모르지만 그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 씨는 범행 이유에 대해 “공익적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명예회장과의 직접 만남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법정에서 전직 국회의원이나 국립대 총장 등 유명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제시하며 인맥을 과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씨의 범행 동기와 의도, 시기, 글 내용 등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보통 명예훼손 관련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나 3년 이하의 징역이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징역 5년은 이례적이다. 앞서 검찰도 이 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배심원 7명 중 5명이 검찰 구형보다 더 높은 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예윤 yeah@donga.com·전주영·최지연 기자
#악성블로거#허위비방#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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