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투표합시다” 개인 돈으로 현수막 거는 시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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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에 신청비 3만원 내면 원하는 문구-이름 새겨 달아 줘
“특정후보에 불리한 표현은 위법” 중앙선관위, 일부 회수 권고

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한 시민이 돈을 내 제작한 투표 독려 현수막이 걸려 있다.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이 아닌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중앙선관위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한 시민이 돈을 내 제작한 투표 독려 현수막이 걸려 있다.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이 아닌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중앙선관위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투표 참여로 민주주의 꽃피웁시다!”

4일 서울 세종대로의 한 횡단보도에 선 사람들의 시선이 길 건너편 현수막에 쏠렸다. 현수막 하단에는 제작비 3만 원을 낸 시민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제작 및 설치를 대신해준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들의 신청을 받아 원하는 문구와 이름을 새겨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이날까지 서울 서대문과 광화문, 종로 일대에 현수막 20여 장을 걸었다.

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시민들이 신청비나 후원금을 내면 시민단체가 제작과 설치를 대행해주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현수막 내용은 대부분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부 현수막의 내용을 둘러싸고 논란도 일고 있다. ‘청년 여러분의 미래를 장년층과 노년층에게만 맡기지 마시길 바랍니다’라는 게 대표적이다.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고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취지로 해석돼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문구는 현수막을 걸어 달라고 신청한 사람이 직접 지었다고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같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현수막 내용을 모니터링해 철거를 권유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27일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가 대전 지역에 설치한 현수막 일부를 회수하라고 권고했다. 대전 지역 80여 개 시민·종교단체로 이뤄진 대전운동본부가 대전 시내에 건 투표 독려형 현수막 50장 가운데 ‘촛불이 만든 대선! 미래를 위해 꼭 투표합시다’와 ‘투표가 촛불입니다. 죽 쒀서 개 주지 맙시다’라는 현수막이 해당된다.

중앙선관위는 현수막 문구의 ‘촛불’이 특정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대전운동본부는 이 문구가 쓰인 현수막 25장을 내렸다. 이 단체는 “대전선관위 심의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중앙선관위가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며 반발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촛불’이 들어간 모든 현수막을 내걸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며 “문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에 이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권당이 바뀌면 ‘촛불 세력’에 대한 해석도 달라진다”며 “현재 시점에만 국한하면 시민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대선#현수막#자비#시민단체#중앙선관위#권고#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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