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유세장 소음, 비행기 이륙 수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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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불가능한 100dB 넘기 일쑤… 경찰에 하루 193건꼴 민원 접수
선거법에 소음규정 없어 단속 못해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광명 사거리에서 한 정당의 대선 유세가 펼쳐졌다. 후보는 없었지만 당 관계자와 선거운동원 수십 명이 모여 후보 이름과 구호를 외쳤다. 유세차량에 달린 확성기에서도 지지 호소가 이어졌다. 현장을 지나던 시민 중 일부는 소음 탓인지 귀를 막거나 인상을 찌푸렸다. “약속 장소에 왔는데 시끄러워서 전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자리를 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시간 이곳에서 170m가량 떨어진 곳에는 다른 정당의 유세차량도 서 있었다. 후보가 직접 나서서 거리를 돌며 시민들과 인사했다. 차량에서는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방송이 끝없이 되풀이됐다. 유세차량 주변에서는 바로 옆 사람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두 정당의 선거운동이 비슷한 시간에 진행되면서 광명 사거리 일대는 ‘유세 소음’으로 가득 찼다. 두 곳의 소음도를 측정해보니 평균 85dB(데시벨)을 웃돌았다. 지지자가 연설할 때는 순간적으로 100dB에 육박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소리가 100dB 수준이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유세 현장 4곳을 점검한 결과 평균 소음이 85dB이었다. 이는 대형 버스가 내는 소음(90dB)에 육박하는 수치다. 일부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측정된 소음은 100dB이 넘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경찰에 접수된 선거 소음 민원은 하루 평균 193건(총 3486건)에 달한다.

하지만 선거운동 소음이 아무리 심해도 법적으로 제지할 수가 없다. 공직선거법에 소음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는 차량 확성기의 경우 오전 7시∼오후 10시에만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시간과 장비에 대한 기준만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낮 시간에 집회와 시위의 소음이 75dB을 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있지만 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당들도 역효과를 우려해 밤 유세나 주택가 유세는 알아서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정당 관계자는 “민원이 많다 보니 선거 유세를 유동인구가 많은 곳 위주로 오후 8시에는 마무리하고 주택가 유세는 잘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동욱 충북도립대 의료전자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80dB만 넘어도 불쾌감을 느끼고, 100dB이 넘으면 대화가 안 되는 수준”이라며 “선거 운동에도 적절한 소음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명=황성호 hsh0330@donga.com / 김예윤 기자
#대선#소음#유세장#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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