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박해’는 난민 인정 받기 어렵다…외국인 20명 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일 2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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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에서 동성애자이거나 동성애를 옹호해 박해를 받았다는 사유로는 우리나라에서 난민 인정을 받기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올해 동성애 관련 사유로 난민 신청을 했다 법무부에서 거절당하자 이 같은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외국인 가운데 20명이 패소 결정을 받았다. 우간다 출신의 여성이 2013년 서울행정법원에서 동성애자여서 박해받을 수 있다는 점이 받아들여져 처음으로 난민 인정을 받은 이후 유사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 국적의 A 씨는 지난해 9월 출입국관리소에 난민 인정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나이지리아에서는 법으로 동성애를 처벌하고 있어 살기가 어렵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정부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가 동성애 인권단체 등에서 활동하거나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알린 적이 없어 동성애자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며 지난달 19일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동성애자라고 하더라도 이전 거주지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다면 실제 처벌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시했다.

우간다 국적의 B 씨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법원은 “2014년 제정된 우간다 반(反)동성애법은 동성애자에 대해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이 법은 같은 해 8월 1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아 효력을 잃었다”며 지난달 21일 패소 판결했다.

같은 나라 출신 C 씨도 “TV 프로그램에서 동성애 옹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테러 위협을 받았고 아들은 살해됐다”며 법원에 선처를 호소했지만 3월 패소했다. 법원은 “우간다 정부가 동성애자나 동성애 지지자에 대한 위협을 묵인한다고 볼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설령 C 씨가 위협을 받게 되더라도 일반적인 형사피해에 해당돼 우간다의 사법체계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난민소송 전문 변호사는 “최근 아프리카와 중동 출신 외국인들이 동성애로 인한 박해를 난민 인정 사유로 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본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뿐 아니라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박해받을 우려가 심각하다’는 사실까지 입증해야 해 법원에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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