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교육환경, 최저의 등록금… ‘아시아의 명문’ 발돋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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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허향진 총장 인터뷰

허향진 제주대 총장이 27일 총장실에서 제주대 발전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허향진 제주대 총장이 27일 총장실에서 제주대 발전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전국 각 광역자치단체에는 지역 인재 양성의 중추 역할을 하는 국립대학들이 있다. 특히 그 지역의 대표 국립대학이어서 거점국립대라 불리는 종합 국립대학들의 역할은 진정한 지역발전, 국토균형발전의 핵심을 이룬다. 거점 국립대는 이미 지역에서 교육 기능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는 개교 65주년을 맞는 거점국립대 제주대학교가 있다. 제주대는 지난 7년간 허향진 총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는 중이다. 27일 제주대 교정에서 허 총장을 만나 제주대의 발전 전략을 들어봤다.

제주대 첫 연임 총장으로 그간의 성과를 정리한다면?

“취임 이래 대학 체질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CEO 총장으로서 각종 재정지원 사업을 찾아 발로 뛰며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제주대가 국내 최고 수준의 교육여건을 갖춘 대학이라는 평가를 듣게 되었다. 발전기금을 1년에 100억 원씩 모금했다. 전임 총장 때까지는 누적액이 580억이었는데 현재 1280억원이 쌓였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인프라 구축이 그래서 가능했고 언론평가 최상위권 대학, 거점국립대 중 취업률 1위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CEO 총장론을 주장하는데 왜 CEO 총장이 필요한가?

“시대가 바뀐 만큼 대학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교육에 투자가 필요하다. 양질의 교육, 미래를 위한 교육을 하려면 재정확보가 필수다. 교육부나 기획재정부도 설득해야 하고 발전기금 모금도 해야 한다. 자산 이용 수익사업도 필요하다. 이런 건 경영자적인 마인드 없이는 불가능하다.”

7년여 동안 대학을 이끌어온 운영철학이 있을 텐데?

“지방대의 한계를 넘어 아시아의 명문대로 발돋움하기 위해 대학 구성원들에게 자신감과 도전의식을 불어넣었다. 구성원들의 협력 없이는 혁신과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소통 노력도 기울였다. 대학 운영의 기본 원칙으로 △자기주도적 혁신시스템 구축 △지역사회와 윈-윈 하는 협력체계 △효율적 재정운영 기반 마련 △행복한 대학공동체 문화 실현을 늘 강조했다.”

제주대의 미래비전은?

“지방대학의 한계를 뛰어 넘어 당당한 도전을 해나가고자 ‘아시아의 명문, 세계의 중심’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가장 제주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신념으로 지역사회의 수요에 부응하는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을 갖춰 나가며 우리 대학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학생교육 측면에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창의적 맞춤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 연계 교과과정 개편, 특성화 분야에 대한 재정 집중 투입, 교육혁신본부의 기능을 강화했다.”

제주도를 기반으로 한 대학으로서 사명감도 클 텐데?

“제주대가 갖는 강점 분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워나갈 것이다. 우리 대학은 ‘제주적’인 모든 분야를 커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제주만이 갖고 있는 특성화 분야를 키워 세계에 내세워야 한다. 제주도는 8천여 종의 생물자원을 품고 있다. 생명자연과학대학, 해양과학대학, 수의과대학 등에서 연구의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 약대도 필요하다. 제주도는 생물자원을 활용하는 BT산업화(신약 개발) 잠재력이 크지만 도내 신약개발 인력양성 기관은 전무한 실정이다. 약대 출신은 대부분 약사로 나가는데 약대를 꼭 유치해 연구약사를 배출하겠다.”

제주대는 국책사업 유치에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교육부 LINC(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 평가에서 지난해 전국 1위를 차지해 50억원 가량을 지원받았다. 또한 2년 연속 산학협력 EXPO 최우수 사업단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LINC+(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대학) 사업에도 선정되어 우리 대학의 실력을 입증했다. 그뿐 아니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실시한 2016년 지역선도대학육성사업 중간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그밖에 지방대특성화사업에 총 7개 사업단 선정, 국립대 혁신지원사업 2년 연속 최우수 선정 등 교육여건 개선과 재정확보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성과는 대학 구성원간의 소통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지역사회 및 지방정부의 적극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제주대의 특별한 경쟁력을 꼽는다면?

제주대의 수산생명의학전공의 연구실. 제주대 제공
제주대의 수산생명의학전공의 연구실. 제주대 제공
“지역산업과 시대흐름을 반영해 ‘제주문화와 창의융합 MICE’, ‘해양바이오’, ‘아열대생물’, ‘IT융합과 청정에너지’로 특성화분야를 압축했다. LINC 사업, CK-1(지방대학 특성화사업) 등과 연계해 연구와 인재양성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광생물학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낸 바 있고, 동물복제 줄기세포 관련 세계적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아열대원예산업연구소나 원자력과학기술연구소 등 국가 지정 대학중점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여건을 소개해 달라.

“우선 국내 최저수준의 등록금을 들 수 있다. 전국 4년제 대학의 평균 등록금이 1년 641만 원 정도인데, 제주대는 평균 378만 원이다. 더구나 등록금 대비 장학금 수혜 비율이 70%가 넘는다. 장학금으로 ‘반값등록금’을 실현한 셈이다. 두 번째로 거점국립대 중 1위의 전임교원 확보율을 들 수 있다. 학생 1인당 교육비도 거점국립대 2위에 올라 있다. 다음으로 기숙사 확충이다. 교육부가 권고하는 기숙사 수용률이 25%인데, 우리 대학은 내년 27.5%가 된다. 이밖에 의학전문대학원이 교육평가 최고등급을 획득하는 등 각종 평가인증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특기할 만한 교육시설 인프라는 어떤 것들이 있나.

“첨단 스마트·그린 캠퍼스를 추구하는 제주대는 전국 대학 중 최고 수준의 유무선 통합커뮤니케이션을 구축했다. 최근에 이룬 인프라 성과로는 △전자정보시대에 걸맞는 디지털도서관 신축 △통역번역대학원 건물 리모델링 △제주도의 신성장 동력인 말산업 육성을 위한 말전문동물병원과 말산업전문인력양성센터 신축 등을 들 수 있다. 그 밖에도 친환경농업연구소와 수의과대학·생명자연과학대학 건물 신축을 비롯해 인재양성관 리모델링,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 조성 등에도 공을 들였다.”

제주대는 우리나라 대학 중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유일한 대학이다. 변방의 섬에서 세계화 전초기지로 거듭나는 셈인데 이런 좋은 조건을 활용할 전략은 무엇인가.

“제주대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캠퍼스를 자랑한다. 창의적이면서 감성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데 최적화 된 대학이라 할 만하다. 우선 지역과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컬 대학으로의 발돋움을 꿈꾸고 있다. 섬이라는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국제자유도시라는 여건조성에 발맞춰 홍콩, 싱가포르에서의 예처럼 우리 대학을 명품 대학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올해 1000명이 넘는 유학생을 이미 유치했으며 우리 학교 학생 440여명을 해외 대학에 보낼 예정이다. 세계 41개국 232개 대학과 학술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았으며, 해외 자매대학과의 학생교류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대비 인재양성 계획은?


“교양 과정을 혁신적으로 개편했다. 교육혁신본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 대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를 ‘대응’, ‘융복합’, ‘속도’로 정하고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사회변화에 선제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융복합학과 신설을 유도하고 4차 산업혁명 지향 교과과정 개편, 특성화 분야 집중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연계융합전공, 집중이수제를 곧 시작한다. 유연학기제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아일랜드 산업에 부합하는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으로의 면모를 갖출 것이다.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혁신하면서 기초학문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국립대 거버넌스의 정점은 총장이다. 우리도 미국처럼 종신직 총장이 나올 때가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총장 취임 첫 해는 이미 짜인 예산을 쓴다. 2∼3년차에만 일한다. 마지막 해는 차기 총장선거로 바쁘다. 실제 일하는 기간은 2년 반에 불과하다. 사립대에는 오래하는 총장이 많다.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를 갖고 발전을 이끌 수 있다. 미국의 주립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립대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법률 규정에 의해 총장도 교원의 일원일 뿐이며 65세 정년 제한도 있다. 이래선 대학발전을 기하기 어렵다. 국립대 총장도 정년 제한을 받지 않고 3선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돼야 한다.”

제주대는 그간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해왔다. 구조조정 원칙은 무엇이었나?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이 다를 경우 소통하고 협력했다. 2014년 CK-1 사업 추진과 관련해서는 외부전문기관의 학과 경쟁력 평가를 통해 합리적으로 구조조정을 마친 적이 있다. 구조개혁 대상 선정 기준을 규정화 했다. 3년 연속 입학정원의 15퍼센트 이상 미등록이 나온 학과(부)나 학과 평가 3년 연속 하위 8퍼센트 이하인 경우 등으로 기준을 마련했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교직원 외 지자체 국장급 인사와 총동창회 임원 등을 위원으로 위촉하고 있다.”

제주대의 구조조정은 학령인구 급감시대에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대학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허 총장은 대학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정부의 적절한 구조조정 대책이 없으면 교육 시스템이 우수한 대학도 동반 부실화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제주대 허향진 총장#제주대학교#ceo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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