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총기 강도는 40대 농민… 권총 어디서 났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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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인근서 과일농사 “빚 많아 범행”… 집 근처서 권총 1정-실탄 11발 찾아
“일련번호 지워져, 미군용 추정”… 경찰, 입수경로 조사… 영장 신청

경북 경산시 농협 강도 사건에 사용된 권총은 사제 총기가 아니라 과거 군용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피의자 김모 씨(43)가 10여 년 전 지인의 집에서 권총을 습득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정확한 입수 경로를 확인 중이다.

경산경찰서는 23일 김 씨의 주거지 근처에서 범행에 사용한 권총 1자루(45구경 추정)와 실탄 11발을 발견했다. 집 근처 창고에서는 도주할 때 이용한 자전거와 현금 1190만 원을 찾아냈다. 권총과 실탄은 주거지에서 700m가량 떨어진 지하수 관정(지름 30cm 정도)에 있었다. 경찰은 실탄 18발을 감췄다는 김 씨의 진술에 따라 나머지 7발을 계속 찾고 있다. 범행 때 입었던 옷은 모두 불태운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권총의 출처에 대해 “2003년 알고 있던 사람의 창고에서 권총을 습득했다. 군인은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총은 제조사 등을 알 수 있는 일련번호가 모두 지워진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김 씨의 진술이 석연치 않아서 구체적 입수 경로와 보관한 이유, 다른 범행에 사용했는지를 추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탄두와 탄피를 감식한 결과 1943년 미국에서 제조한 것으로 밝혀져 미군용 권총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 군도 1980년대 K5 권총으로 교체할 때까지 45구경 권총을 사용했다. 경찰이 쓰는 권총은 38구경이며 탄피가 나가지 않는 리볼버(회전식 탄창) 방식이다. 경찰 조사 결과 대구 경북 지역 민간 사격장 등에는 45구경 권총이 없다. 전국적으로 서울 부산 등 사격장에서 20여 정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총기 분실 신고는 없는 상황이다.

김 씨는 농협에서 6km가량 떨어진 곳에서 과일 농사를 짓고 있고 과거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했다. 22일 매년 열리는 집안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충북 단양으로 이동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 현장에서 3km가량 떨어진 폐쇄회로(CC)TV에 자전거를 싣고 가는 김 씨의 1t 차량이 찍히면서 덜미가 잡혔다. 김 씨는 “빚이 많아서 범행을 저질렀다. 공범은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을 인정함에 따라 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공범이 없다는 진술을 확인하는 한편 나머지 돈의 사용처를 추궁하고 있다. 앞서 김 씨는 20일 오전 11시 55분경 경산시 남산면 농협 하남지점에 방한 마스크와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권총을 들고 침입해 1563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경산=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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