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얼마나 남았나… 14일 전북 순창군 축산과 직원이 냉장고에 보관 중인 구제역 백신을 점검하고 있다. 순창=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일부 소에게 ‘O+A형’ 백신을 접종하긴 했는데, 어떤 소가 주사를 맞았는지 모르겠어요.”(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정부가 O+A형 구제역 백신 접종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백신 접종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백신을 추가로 확보하더라도 어떤 소를 우선 접종해야 하는지 가려낼 수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수입을 추진한 영국 제조업체는 백신 재고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러시아, 중국 등에 수입 가능성을 긴급 타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4일 “경기 연천군 및 인접 시군 등 14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O+A형 백신이 사용된 건 확인됐지만 어떤 소에 얼마나 접종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일제 접종 대상 소 255만 마리 가운데 O+A형 백신 접종이 확인된 소는 연천군 등 14개 시군의 18만5000마리다. 문제는 그 밖의 지역에서 O+A형 백신 접종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A형 구제역을 예방하려면 이미 접종이 확인된 소를 제외한 236만5000마리 전체를 대상으로 O+A형 백신을 추가 접종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다음 달 초까지 들어올 정기 백신 수입 물량은 160만 마리분밖에 되지 않는다. 백신을 추가로 확보해도 76만5000마리의 접종이 불가능하다. 중복 접종에 따른 백신 낭비와 방역 대책의 공백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공언했던 O+A형 백신의 추가 수입도 난항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에 따르면 영국 백신 제조회사 측이 농식품부에 “추가 물량 공급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중국 등 다른 국가에 백신 수입을 긴급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여 년째 구제역이 창궐하는데도 국내 백신 생산은 요원한 상태다. 공장은 사업성 논란으로 표류하다가 올해 17억 원의 설계예산만 확보했고, 실제 백신 생산은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한편 정부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밀집사육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현재 가축법상 0.05m²인 산란계 최소사육 면적 기준을 0.075m²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보고했다. 사육면적을 늘려 면역력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이것만으로 바이러스에 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가금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기존 농장까지 새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5∼10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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