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 기증 제대혈 무단사용”…차병원, ‘국가지정 제대혈은행’ 박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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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 일가가 산모들이 연구 목적으로 기증한 제대혈(탯줄 혈액)을 무단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27일 보건당국이 차병원 제대혈은행의 '국가 기증 제대혈은행' 지위를 박탈하기로 했다. 또 '최순실 단골병원'인 차움의원 등 차병원그룹 소속 일부 병원이 거짓, 과장 광고를 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 기증받은 제대혈 제멋대로 쓴 차 회장 일가

보건복지부는 27일 연구 대상자가 아닌 차 회장과 차 회장의 부인, 아버지 등 3명에게 총 9차례 제대혈을 불법적으로 제공한 차병원 제대혈은행의 '국가 지정 기증 제대혈은행' 지위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또 차병원 제대혈은행이 2015년 이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 5억1800만 원도 환수하기로 했다.

차병원 제대혈은행은 국내 최대 제대혈 은행으로 산모들이 기증한 제대혈 5만여 개를 보관하고 있다. 2014년 국가 지정 기증 지대혈은행으로 선정되면서 연간 기증 제대혈 1개당 63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지정이 취소되면서 앞으로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현행 제대혈법상 기증받은 제대혈은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사전에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연구 대상자로 등록된 환자가 아니면 제대혈 시술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차병원 제대혈은행과 분당차병원은 지난해 1월부터 연구 대상자가 아닌 차 회장과 차 회장 아버지에게 3차례씩, 차 회장 부인에게 2차례 제대혈 시술을 했다.

분당차병원 강모 교수(차병원 제대혈은행장)는 차 회장 일가의 제대혈 시술을 하고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았다. 진료기록부 미작성은 의료법 위반으로 강 교수는 300만 원 이하 벌금이나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복지부는 차 회장이 불법 제대혈 시술을 지시했는지 밝히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황의수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차 회장이 제대혈을 맞게 된 경위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며 "다른 조사 대상자들은 '차 회장이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강 교수는 자신이 권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불법 시술을 받은 환자는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현재 차 회장 일가 처벌을 불가능하다. 하지만 차 회장이 불법 시술을 지시했다면 교사죄 적용이 가능하다.

복지부는 추가로 강 교수와 차병원그룹의 의료법인인 성광의료재단 김춘복 이사장도 제대혈법, 의료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 의뢰를 하기로 했다.

● 차움의원 등 거짓 광고로 업무정지 3개월

한편 이날 차병원그룹 소속 차움의원과 차움한의원이 거짓 및 과장 광고를 해온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이날 "지난달 21일부터 1개월간 두 병원의 홈페이지 광고를 모니터링한 결과 의료법을 위반한 게 확인됐다"며 "차움의원과 차움한의원에 각각 3개월, 1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병원은 별개의 의료기관인데도 한방과 양방 동반 진료가 가능한 것처럼 광고했다. 복지부는 이를 의료법상 금지된 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차움의원은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환자의 치료경험담을 홈페이지에 게재했고, 복지부로부터 '전문병원' 지정을 받지 않았는데도 마치 전문 의료기관인 것처럼 거짓 광고를 했다.

복지부는 이와 관련해 두 병원장도 의료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하도록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 요청했다. 업무정지 처분은 검찰 수사가 끝나고 최종 사법 처리 결과가 나온 뒤 내려진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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