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창고 열자 40억대 명품 짝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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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청 단속현장 가보니
가방-신발 등 위조제품 1551점… 가짜 해외카드결제 전표까지 갖춰
단속 4년만에 올해 485억 최대 실적

20일 서울 중구청 대강당에서 유통질서정비팀 단속반원들이 위조상품 유통업자에게서 압수한 짝퉁 명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날 압수한
 짝퉁은 신발 벨트 등 1551점으로 정품으로 환산하면 40여억 원에 달한다. 중구 특별사법경찰은 올해 5만3114점, 485억 원
 상당의 짝퉁 명품을 적발했다. 서울 중구 제공
20일 서울 중구청 대강당에서 유통질서정비팀 단속반원들이 위조상품 유통업자에게서 압수한 짝퉁 명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날 압수한 짝퉁은 신발 벨트 등 1551점으로 정품으로 환산하면 40여억 원에 달한다. 중구 특별사법경찰은 올해 5만3114점, 485억 원 상당의 짝퉁 명품을 적발했다. 서울 중구 제공
 20일 오후 10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가. 조용한 골목길에 승용차 3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승용차 안에는 30, 40대 건장한 남성 10여 명이 나눠 타고 있었다. 이들의 시선은 ‘의상실’이라는 낡은 간판이 달린 상가 건물 1층을 향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 중구 유통질서정비팀(특별사법경찰) 소속 공무원과 루이뷔통 등 해외 명품 업체의 상표권 감별 전문가들이다.

 1시간가량 잠복 끝에 기다리던 주인공이 나타났다. 위조상품(짝퉁) 판매업자 양모 씨(34·여)였다. 건물 앞에 도착한 양 씨가 사무실 문을 열자 “특사경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단속반이 급습했다. 양 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휴대전화를 땅에 떨어뜨릴 정도였다. 그는 “이번에 걸리면 절대 안 돼요”라는 말과 함께 눈물까지 흘렸다.

 양 씨와 함께 특사경 단속반이 창고 안에 들어가 불을 켜자 여기저기서 “와!” 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창고에는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버버리 등 해외 명품 브랜드의 벨트와 가방 신발 등 1551점이 가득했다. 모두 짝퉁이었다. 정품으로 환산하면 40여억 원에 달한다. 홍콩에서 결제한 것처럼 꾸민 카드전표와 정품 인증서까지 구비돼 있었다. 양 씨는 “중국에서 들여온, 원가가 10만 원이 넘는 특A급 짝퉁”이라고 말했다.

 중구 특사경 단속반은 올 한 해 내내 ‘짝퉁과의 전쟁’을 벌였다. 올해 검거 실적은 514건, 압수물품은 5만3114점이다. 이를 정품으로 환산하면 485억 원에 달한다. 2012년 12월 출범 이후 4년 만에 역대 최고의 성과를 올린 것이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2013년에 비해 적발 건수는 3배, 정품가액으로 환산한 규모는 2배 이상 성장했다.

 이처럼 중구 특사경의 단속이 늘어난 것은 지속적인 경기 불황으로 짝퉁업자들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속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인 여행객 등을 겨냥한 온라인 짝퉁 시장이 커지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동대문시장을 벗어난 외곽 지역으로 창고를 옮기는 등 짝퉁 판매업자의 대응이 갈수록 지능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뛰는 짝퉁업자 위에 나는 단속반원이 있다. 중구는 올 들어 미스터리 쇼퍼, 특허청 등 유관 기관과의 정보 협업, 그리고 상표권 구별 전문가들과 함께 수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수사기법을 도입했다. 이 덕분에 짝퉁 단속 실적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박광일 중구 유통질서정비팀장은 “새로운 수사 방식을 도입해 짝퉁시장의 성장 속도보다 단속으로 밝혀진 비율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 특사경은 국제적으로 짝퉁 단속 실력을 인정받아 올 5월 유럽상공회의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중구 특사경은 내년부터 제조업자와 대형 도매상 등 짝퉁 판매의 뿌리를 뽑기 위해 단속 대상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직원들의 밤샘과 휴일 단속 등으로 동대문이 짝퉁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있다”며 “앞으로 관광객들이 관광특구에서 마음 놓고 쇼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중구청#단속현장#명품#유통질서정비팀#짝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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