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보도에 창작지원센터 열고 모텔촌은 창업시설로 변신중…
상권도 살아나 3년연속 매출 증가
2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의 ‘창작지원센터’에서 가수 심플맨이 공연을 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일요일인 20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앞 옛 지하보도에 위치한 창작지원센터. 일명 ‘독수리 아지트’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어쿠스틱 밴드 ‘영캠 패밀리’의 공연이 시작됐다. 관객은 10명밖에 되지 않았다. 규모는 작았지만 3시간에 걸친 공연 내내 관객들은 함께 노래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유명 가수의 콘서트 못지않은 분위기였다. 이날 공연을 한 가수 ‘심플맨’은 “홍익대 일대에서 버스킹 공연을 한 적은 있지만 신촌에서 무대에 선 것은 처음”이라며 “무료로 대관하고 젊은이들도 많이 찾아와 음악인들에게 최적의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이곳은 1978년부터 연세대 정문과 신촌을 이어 주는 지하보도였다. 그러나 2014년 지상에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제 기능을 잃었다. 주민들은 “주위 경관을 훼손하고 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라며 폐쇄를 요구하기도 했다. 고민 끝에 서대문구와 연세대 등 지역의 기관들은 폐쇄 대신 이곳을 공연장과 세미나룸, 창업지원센터 등으로 꾸려진 ‘창작지원센터’로 만들기로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올 7월 개관 후 약 100일 만에 60회가 넘는 공연과 전시회가 열렸다. 창업 프로그램도 100건이 넘게 진행됐다.
이곳뿐이 아니다. 신촌 곳곳에 창업 및 문화 지원센터가 생기면서 신촌이 과거의 ‘젊음’을 찾아가고 있다. 원래 신촌 일대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의 대표적인 상권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임대료가 오르고 근처 홍익대 일대에 젊은 예술가들이 몰리면서 활기를 잃었다.
쇠락하던 신촌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연세대 정문을 잇는 연세로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탈바꿈하면서 이 일대가 길거리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조성 첫해인 2014년 120회의 축제와 거리공연이 열렸다. 지난해에는 620회로 5배 이상 껑충 뛰었다. 올해도 10월까지 554회의 공연이 열리는 등 축제의 메카로 다시 자리 잡았다.
신촌 상권 역시 활기를 찾아 가고 있다. 서울시의 ‘우리마을가게 상권 서비스’ 조사 결과 2013년 4102억 원이던 연세로 일대 매출 규모는 2년 만인 지난해 14% 상승한 4673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 결제 건수는 1953만 건에서 2561만 건으로 31% 상승하는 등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서대문구 등 지역 기관들은 신촌에 청년들을 위한 창업·문화 공간을 조성해 힘들게 찾은 활력을 이어 갈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신촌 기차역 근처에 공연장과 갤러리 등을 갖춘 ‘문화발전소’를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 허름할 모텔을 매입해 창업 지원 공간으로 리모델링도 하고 있다.
상인들 역시 2000년대 초반 겪었던 젠트리피케이션(동네가 번성해 사람이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 기존 상인과 주민이 떠나는 현상)의 재발을 막기 위해 나서고 있다. 지자체로부터 건물 리모델링비를 지원받고, 그 대신 임대인과 임차인이 5년간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는 ‘안심상가’ 제도에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 5월부터 진행해 지난달까지 76명이 신청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신촌을 쉽고 편하게 창업할 수 있는, 놀 거리가 가득한 곳으로 만들어 청년들이 안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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