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차명 마권카드로 얼마든 베팅”… 불법 부추기는 마사회

  • 동아일보

편법-탈법 온상 화상경마장

 
경기 고양시에 있는 렛츠런CCC(화상경마장)에서 직원들이 이용객들의 모바일 베팅을 돕고 있다(위 사진).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일부 화상경마장이 1회 한도를 초과한 모바일 베팅을 사실상 지원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아래 사진은 모바일 베팅을 위해 
발급받는 마이카드. 고양=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경기 고양시에 있는 렛츠런CCC(화상경마장)에서 직원들이 이용객들의 모바일 베팅을 돕고 있다(위 사진).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일부 화상경마장이 1회 한도를 초과한 모바일 베팅을 사실상 지원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아래 사진은 모바일 베팅을 위해 발급받는 마이카드. 고양=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화상경마장에서 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한 모바일 베팅이 공공연하게 이뤄져 온 것으로 확인됐다. 마사회 직원들이 타인의 정보로 개설한 베팅용 계좌를 고객들에게 제공해 사실상 무제한 베팅을 유도한 것이다.

 21일 마사회에 따르면 2014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마권을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 베팅 서비스가 도입됐다. 마권을 구입하기 위해 발매 창구에 길게 줄을 설 필요가 없어 이용자가 늘고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화상경마장에서 신분증 및 휴대전화 번호 확인을 거친 뒤 모바일 베팅용 마권카드(마이카드)를 발급받는다. 이어 마사회가 제공하는 마이카드 2.0이라는 앱을 설치한다. 마사회가 부여한 영구계좌번호를 받고 이용객이 설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스마트폰으로 베팅할 수 있다. 단 화상경마장 안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화상경마장에서는 타인 명의로 만든 영구계좌를 통해 추가 베팅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객이 원하면 동일한 경주에 수십만 원씩 베팅할 수 있다. 마사회 경마시행 규정에 따라 모바일 베팅 한도는 현장에서 직접 마권을 구매할 때와 같이 1인당 1경주에 10만 원이다.

 인천 남구에 있는 화상경마장에서는 이런 행위가 올 상반기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취재 결과 마사회 직원들은 친인척이나 지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이름으로 마권카드를 수십 장씩 만들었다. 그리고 해당 카드의 영구계좌를 통해 추가 베팅을 받았다. 직원들은 영구계좌번호가 수십 개씩 저장된 태블릿PC로 이용객들의 베팅을 도왔다.

 경기 고양시 일산 화상경마장에서는 일일계좌를 통해 제한 없이 모바일 베팅을 하는 모습이 쉽게 확인됐다. 실명 확인이 필요하지 않은 일일계좌의 경우 개설 당일에 한해 마권을 구입할 수 있는 계좌권을 말한다. 마권 구입에 사용할 예치금을 일일계좌에 입금하고 계좌 발매기 또는 모바일로 베팅한다. 18일 화상경마장을 찾은 한 40대 이용객은 직원의 태블릿PC에 저장된 일일계좌를 통해 한 번에 수십만 원을 베팅하기도 했다. 한 50대 이용객은 마사회 여직원의 도움을 받아 경주당 40만∼60만 원씩 베팅했고 결국 수백만 원을 날렸다.

 이 때문에 마사회가 고객 편의를 위한다며 모바일 베팅 서비스를 도입하고서는 오히려 사행심을 부추겨 수익만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2013년 12월 현명관 회장 취임 후 직원들이 받는 실적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화상경마장 직원들은 “모바일 실적이 저조한 곳에 인사 불이익을 주고 있어 직원들이 불법 행위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모바일 실적을 구조조정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마사회 측은 “2014년부터 1인 좌석제를 시행하면서 서비스의 질을 대폭 높였지만 입장객 수가 제한돼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일부 화상경마장에서 경영 성과에 뒤처지지 않으려다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며 지금은 모두 개선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마사회#경마장#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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