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영한 민정수석 “김기춘, 문화예술계 좌파행동에 투쟁적 대응하라 靑직원-주요 각료에게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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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에 기록
“만만회 언급한 박지원 고발… 박사모 등 시민단체 동원 지시”
김기춘 前실장 “사실 무근” 부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 참모진에게 지시한 내용을 담은 고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비망록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TV조선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은 비망록에 월별 일정과 날짜별로 매일 해야 할 일, 수석회의 내용을 꼼꼼히 기록했고, 이 중엔 김 전 비서실장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고 한다.

 김 전 비서실장은 2014년 7월 5일 김 전 수석에게 ‘박지원 항소심 공소 유지 대책 수립’, ‘박사모 등 시민단체 통해 고발’을 지시했다고 TV조선은 보도했다. 그해 7월 17일 김 전 수석의 비망록에 ‘만만회 고발’이라고 기록됐다. 실제 나흘 뒤인 7월 21일 새마을포럼 등 시민단체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새마을포럼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단체다. 박 위원장은 그해 6월 라디오 방송과 일간지 등과의 인터뷰에서 “언론과 국민, 정치권에서 지금 인사는 비선 라인이 하고 있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며 ‘만만회’를 언급했다. ‘만만회’는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윤회 씨 이름에서 마지막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또 김 전 비서실장은 “5·16에 대한 평가는 공통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애국심을 가진 군인의 구국의 일념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우리나라가 북한보다 가난했고, 안보 위기 상황이었다. 역사적 평가에 맡길 일이긴 하지만 현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은 알아둬야 한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문화 예술계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이비 예술가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등의 지시사항도 비망록에 적혀 있다고 TV조선은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해 논란이 된 홍성담 씨에 대해 ‘홍성담 배제 노력, 제재 조치 강구’라고 적었다.

 그러나 김 전 비서실장은 비망록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다”라고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만약 비망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겹겹이 차단된 폐쇄적 환경 속에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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