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지어 다니는 산행문화 그만… 탐방예약제 확대를

  • 동아일보

[국립공원이 앓고 있다]
수용한계 넘어 생태파괴 가속… 인원제한-등산교육 강화해야

 산을 거대한 운동장으로 여기는 잘못된 산행문화와 산악회 중심의 행락문화 때문에 국립공원 생태 파괴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탐방객 수가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기 전인 2006년 약 2678만 명에서 지난해 약 4533만 명까지 늘면서 이미 산의 수용 능력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공원의 역할과 등산문화가 대대적으로 바뀔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당국은 과도한 탐방객 쏠림을 해소하기 위해 ‘탐방예약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 중이다. 탐방예약제는 예약한 등산객에게만 해당 구간 입장을 허용하는 제도. 2008년 지리산 칠선계곡을 시작으로 지리산 남부 노고단과 북한산 우이령길까지 확대돼 현재 총 세 구간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예약제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올 초부터 진행하는 한편으로 월악산과 속리산 등의 공원지역 5개 구간에서 지난달 5일부터 한 달간 시범 운영도 거쳤다. 공단 측은 올해 안에 탐방예약제 실시계획을 마련한 뒤 이를 22개 전 국립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탐방객들이 무시한다는 게 문제다.

 국립공원 관계자는 “탐방로 휴식년제나 탐방객 수 제한을 과도한 규제로 여기는 탐방객이 많아 이들과의 승강이가 끊이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상권 위축을 우려하는 지자체와 주민 반발도 만만치 않다. 국립공원 내 사유지 소유주나 종교 단체 등은 평소에도 공단 측의 계획에 반대할 때가 많은데 이런 계획이 추진되면 반발이 더 커질 수 있다. 국립공원 생태지역 보호와 문화재 관람료 징수 등을 놓고 이들과 협의해야 하는 국립공원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탐방예약제, 탐방시간 제한 등을 해도 밀려오는 등산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탐방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미국 일본 호주 영국 등에서는 국립공원의 핵심 시설로 탐방안내소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다.

 경희대 지리학과 공우석 교수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탐방안내소에서 교육을 받고 해당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꽃과 나무 등의 생태관광 자원과 문화유적 등을 감상하는 테마탐방으로 산행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립공원을 등산로를 중심으로 한 레저공간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반도 생태환경을 지키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장소로 보자는 것. 국립공원연구원 명현호 생태연구팀장도 “국립공원은 한반도 산에만 있는 동식물들이 멸종되지 않게 잘 관리하고 장기적인 보존 관리 계획을 세우는 곳”이라고 말했다.

임현석 lhs@donga.com·김윤종 기자
#산행문화#탐방예약#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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