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새마을지도자 대회 혁신사례… 우간다 빈촌, 6년만에 자립마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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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아 보세” 길 넓히고 식품가공
2006년부터 새마을운동 세계화… 현재 26개국 396개 마을서 진행
朴대통령 “맞춤형 컨설팅 강화를”

2010년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아프리카 우간다 키보하 마을의 주민들이 함께 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제공
2010년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아프리카 우간다 키보하 마을의 주민들이 함께 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제공
 아프리카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300km가량 떨어진 키보하 마을은 주민이 400여 명에 불과하다. 6년 전만 해도 도로는 물론이고 식수원도 제대로 없었다. 주민들은 대부분의 생활용품을 외부 원조에 의존했다. TV에서 흔히 보던 아프리카 빈촌(貧村)이었다. 이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2010년. 마을 이장인 바브라 은냐카케 씨(36)를 포함한 주민 5명이 우간다 새마을회의 교육을 받으면서다.

 이들은 ‘함께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새마을운동의 취지에 공감했다. 교육 후 마을로 돌아와 스스로 새마을 조직을 꾸렸다. 키보하 새마을회는 우선 마을에 자동차가 드나들 수 있도록 길을 넓히고 우물을 파서 깨끗한 식수를 공급했다. 반신반의하던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일상이 바뀌는 걸 보면서 하나둘 동참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체 주민의 절반에 가까운 180명이 새마을회원이다. 이제는 외부 지원 없이 스스로 식품 가공사업과 염소 농장 등을 운영하며 수익을 낸다. 늘 도움만 받던 이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마을기금이 3500달러(약 400만 원)에 이른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623달러(약 70만 원)의 5배가 넘는다.

 키보하 마을의 혁신 사례는 1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개막한 ‘2016 지구촌 새마을지도자 대회’에서 발표됐다. 이번 대회에 참석한 은냐카케 씨는 “길을 확장하려고 하거나 마을환경 개선에 동참을 요청하면 처음에는 ‘내 땅을 침범하지 말라’, ‘일당을 달라’며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이 많았다”며 “변화를 체감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신념이 생겼다”고 말했다.

 1970년대 한국의 빈곤을 퇴치했던 새마을운동이 세계로 퍼져 나간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가난은 극복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낸 한국의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지구촌 새마을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06년 새마을운동 발상지인 경상북도가 ‘새마을운동 세계화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부터다. 이어 행정자치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이 속속 동참하면서 정부의 핵심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떠올랐다. 현재 26개국 396개 마을에서 새마을운동이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 초청 교육을 받은 이는 99개국 7400명에 이른다. 우간다와 콩고, 르완다 등 아프리카의 빈국뿐만 아니라 도농(都農) 격차가 극심한 베트남 등 아시아 개도국에서도 새마을운동의 결실이 나타난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은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과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깨워 농촌 현대화와 국가 발전을 이뤄낸 정신혁명 운동”이라며 “국가별 새마을운동 현황, 정책 환경, 확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새마을운동지수(SMU Index)’를 개발해 각국 상황에 맞는 새마을운동이 추진될 수 있도록 맞춤형 컨설팅 기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박근혜#새마을운동#우간다#자립마을#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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