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동네 판매직엔 주부가 딱”… 근무시간 배려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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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스타트 잡페어 “일하니 행복해요”]<3> 경력 짧아도 재취업문 활짝
19,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서


“직장에도 가정에도 웃음꽃” 유통업계가 경력 단절 여성 재취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인
 ‘해피사원’으로 세븐일레븐에 입사해 일하고 있는 민인숙 씨(위쪽)는 “내 적성을 새롭게 발견해 일하는 즐거움을 찾았다”고 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로 일하고 있는 정수남 씨는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편인데 이 일을 하면서 성격까지 외향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직장에도 가정에도 웃음꽃” 유통업계가 경력 단절 여성 재취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인 ‘해피사원’으로 세븐일레븐에 입사해 일하고 있는 민인숙 씨(위쪽)는 “내 적성을 새롭게 발견해 일하는 즐거움을 찾았다”고 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로 일하고 있는 정수남 씨는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편인데 이 일을 하면서 성격까지 외향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안녕하세요, 오늘도 손주 보러 가세요?” “오늘은 여기 있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앞. 정수남 씨(41·여)를 알아본 동네 주민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이 일대에서 2011년부터 야쿠르트 아줌마로 일해 온 정 씨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알아보고 인사하는 ‘터줏대감’이다.

 정 씨는 1999년 첫아이를 임신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2010년 두 아이가 모두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지인의 추천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정 씨는 “처음엔 ‘일이 힘들지 않을까’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고, 판 만큼 돈을 버니 재미도 있다. 요즘은 남편이 아침을 차려 주며 ‘외조’를 할 정도”라고 했다.

○ 유통업계, “경단녀는 회사의 자산”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야쿠르트 아줌마는 평균 근로 시간이 6.8시간으로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도록 배치한다”며 “회사를 대표하는 분들인 만큼 복장이나 장비 등 근무 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력 단절 여성들은 첫아이 임신과 함께 일을 관둬 경력은 짧은 반면 일을 쉰 기간은 긴 편이다. 유통업계에 많은 판매사원이나 방문판매직은 이들이 비교적 수월하게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경로로 꼽힌다. 기혼여성 특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직종도 많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는 이들을 다시 일터로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소공점에서 일하는 민인숙 씨(40)의 근무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다. 세븐일레븐이 2014년 도입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해피사원’ 제도를 통해 입사했다. 월급은 일한 시간에 비례해 받는다. 정규직으로 채용됐기 때문에 다른 혜택은 일반 직원과 같다.

 민 씨는 “처음엔 아이들이 ‘저녁밥은 우리끼리 먹어야 하나’라며 걱정했다. 근무 시간이 짧다고 설명하니 응원해줬다”며 “계절이나 손님들 취향에 맞춰 제품을 준비해 매출을 올리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현재 해피사원 제도로 세븐일레븐에서 일하는 직원은 6명이다. 근무 시간은 6시간, 각자 사정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 측은 “거주지 우선 배치 기준에 따라 집과 가까운 직영점을 근무지로 정한다.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주부 사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인 스타벅스는 ‘리턴맘 바리스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출산이나 육아를 이유로 퇴사했던 전직 점장 및 부점장 출신 여성 관리자를 대상으로 재취업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이 희망하는 매장에서 주 5일, 하루 4시간씩 시간선택제로 근무하지만 일반 직원과 월급 외의 혜택은 모두 같다. 희망할 경우 전일제 근무로 전환할 수도 있다. 2013년 첫 시행 이후 올해 9월까지 81명이 회사로 돌아왔다.

○ 경력 단절 막기 위한 시간선택제 확대

 육아나 출산으로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강화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4월부터 임신기에 접어든 직원을 대상으로 일괄 2시간 단축 근무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희망자만을 대상으로, 임신 주수에 따라 근무 시간에 차등을 뒀던 이전과 달리 임신 사실을 인지한 모든 직원이 무조건 단축 근무를 하도록 한 것이다.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인 유니클로 역시 육아를 하는 직원들이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불필요한 야근이나 연장 근무를 줄이기 위해 추가 근무를 할 경우 1분 단위로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유니클로의 여성 근로자 고용 비율은 2014년 말 기준으로 전 직종에서 58.66%로 업계 평균(50.94%)보다 약 8%포인트 높다.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은 62.69%로 업계 평균(23.13%)보다 훨씬 높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경단녀들의 재취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로레알코리아는 2009년부터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 프로그램 ‘워킹맘, 두 번째 아름다운 선택’을 운영하고 있다. 경력을 살리되 재취업이 수월한 다른 직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간호사 출신이라면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과정을 수료해 재취업하도록 하는 식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38명이 교육을 수료해 총 254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코웨이도 2014년부터 매년 ‘리엔케이 리스타터 뷰티 컬리지’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자격증인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경단녀들이 대부분 직장 경력이 부족해 재취업이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다. 올해까지 120여 명이 수료했고 이 중 85%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송은경 씨(41)는 최근 해외 바이어들에게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고 업체를 연결해주는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송 씨는 “집에 있을 때는 우울하고 도태된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지난해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꿈만 꾸고 실행하지 못하던 일을 해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최고야  기자
#재취업#리스타트 잡페어#광화문#주부#근무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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