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성장에 맞춰 ‘전일제↔시간선택제’ 자유롭게 전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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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스타트 잡페어/“일하니 행복해요”]<2>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진화
19,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서

한국남동발전에서 육아기 시간선택제로 근무 중인 김순영 씨(가운데)가 12일 경남 진주시 본사에서 동료 직원들에게 시간선택제 전환의 장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 제공
한국남동발전에서 육아기 시간선택제로 근무 중인 김순영 씨(가운데)가 12일 경남 진주시 본사에서 동료 직원들에게 시간선택제 전환의 장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 제공
 한국남동발전 총무인사실 대리 김순영 씨(35·여)는 오전 8시 반경 두 딸과 함께 출근한다. 아이를 직장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하다가 오후 4시가 되면 아이들과 함께 퇴근한다. 김 씨가 시간선택제여서 가능한 일이다. 김 씨는 정규직 전일제로 일하다가 지난해 4월 둘째를 낳으면서 3개월 출산휴가를 쓴 뒤 바로 1년 육아휴직을 했고, 올해 8월에 복직을 하면서 하루 2시간씩 근로시간을 줄여 시간선택제로 전환했다.

 이어 김 씨는 다음 달 인사 때 다시 전일제로 복귀할 예정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어린이집에 적응했다는 판단에서다. 남동발전은 ‘도담도담 패키지’라 부르는 이 제도를 통해 근로자들이 전일제와 시간선택제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 생애주기에 맞춘 ‘패키지’ 모델

 김 씨는 정부가 시간선택제 확산의 열쇠라고 보는 ‘전환형’과 ‘패키지’ 모델의 대표 사례다. 출산과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시간선택제 전환)과 전일제 복귀가 생애주기에 따라 연속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모델은 근로자가 본인의 필요에 따라 시간선택제와 전일제를 자유롭게 전환하기 때문에 경력 단절을 막고 일-가정 양립에도 큰 도움이 된다.

 김 씨 역시 첫딸을 낳았을 때는 출산휴가 3개월만 쓰고 바로 복직했다. 남동발전이 경남 진주로 이전하면서 주위에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았고, 공무원인 남편 역시 떨어져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남편도 진주로 전근을 와 함께 살고 있고 시간선택제를 통해 경력을 계속 이어가면서 육아도 안정적으로 병행할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시간선택제가 없었다면 휴직을 더 연장하거나 더 늦게 복귀했을 것”이라며 “경력이 단절되지 않으면서 육아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 근로시간 단축으로 ‘투잡’

12일 전남 무안군 삼일물산에서 근로시간을 주당 32시간으로 줄인 장년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삼일물산 제공
12일 전남 무안군 삼일물산에서 근로시간을 주당 32시간으로 줄인 장년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삼일물산 제공
 전남 무안의 해산물 가공업체인 삼일물산에 23년째 근무 중인 김소아 씨(58·여)도 시간선택제로 일한다. 남편의 농사일을 돕기 위해 퇴직을 고민하다가 회사의 권유로 근로시간만 주 32시간으로 줄였다. 금요일은 쉬면서 주 4일만 일하고 남은 날은 농사일을 한다.

 김 씨 남편도 이 회사를 다니다가 농사일 때문에 퇴사했다. 하지만 혼자 농사짓기가 너무 버거웠다. 아내의 도움이 절실했다. 결국 김 씨가 시간선택제로 전환해 사실상 ‘투잡’을 뛰고 있다. 이 회사 직원 21명 가운데 장년 직원 14명은 이렇게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농사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김 씨는 “월급은 많지 않지만 4대 보험도 적용되는 쏠쏠한 일자리”라며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미역이나 다시마 등을 가공하는 작업은 숙련 근로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회사는 장년 근로자들이 가급적 회사를 오래 다니길 원한다. 60세 정년 이후에도 일을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다. 전에는 농사일 때문에 퇴직하는 근로자가 많았지만 이제는 근로시간만 줄여 계속 일하는 근로자들이 늘어났다. 정부 역시 이 사업장에 임금 감소분 등 총 1억8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삼일물산 관계자는 “숙련 근로자들의 유출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가족 병간호에도 이용

 경기 남양주의 축산물 가공업체 홈델리도 최근 전환형 시간선택제를 도입했다.  한 50대 여성 근로자는 남편이 위암 수술을 받자 퇴직 준비를 했지만 회사의 권유로 시간선택제로 전환해 남편 병간호를 한 뒤 전일제로 다시 복귀했다. 아버지 병간호와 장례 준비 때문에 시간선택제로 전환했던 근로자 역시 최근 전일제로 복귀를 준비 중이다. 고등학교 3학년인 자녀의 학업 보조를 위해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근로자도 있다. 대부분 주 3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여 하루를 온전히 쉬는 것을 택한다.

 홈델리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의 임금 감소분을 정부가 지원해 주면서 회사 부담도 줄었고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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