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연구가 된 ‘여성 복서 지망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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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민대학 사찰요리 강사 문정희씨… 다양한 레시피로 수강생들에 인기

문정희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대전시민대학에서 수강생들에게 사찰요리를 강의하고 있다. 요리 못지 않은 그의 입담에 강의시간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문정희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대전시민대학에서 수강생들에게 사찰요리를 강의하고 있다. 요리 못지 않은 그의 입담에 강의시간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시가 운영하는 시민대학의 사찰요리 인기 강사인 문정희 씨(41)는 이 길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사각의 링 위에 있을지도 모른다. 활동적인 기질의 그는 1996년 직업 군인이 됐다가 무릎 부상으로 곧바로 제대한 뒤 건강을 챙기기 위해 권투를 시작했다. 대전의 권투 명문인 한밭체육관에서 그는 전도 유망한 여성 복서로 기대를 모았다. “관장님이 전국체육대회에 나가 보라고 권해 한동안 맹연습을 했죠. 하지만 그 즈음 시작한 전통요리가 더 눈에 밟혀 진로를 바꿨어요. 사람들은 제가 감칠맛 내는 손재주를 가졌대요.”

 2013년 시작한 그의 시민대학 사찰요리 강의에는 3년째 수강생들이 정원(24명)을 넘어 몰린다. 갖가지 경험담을 담은 입담에다 손쉽게 재료를 구하고 음식을 조리하는 방법으로 사찰요리를 풀어내기 때문이다. 향토음식을 연구하는 수강생인 권태정 씨는 “문 강사님이 사찰요리의 레시피를 완전히 섭렵해 항상 대체 가능한 레시피를 많이 알려주기 때문에 배울 때마다 요리의 응용력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문 씨는 2005년 30세의 늦은 나이에 대전보건대에서 전통요리를 시작한 뒤 배재대, 세종대에서 조리학으로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현재는 시민대학 외에 혜전대와 대전과학기술대에서 강의한다. 그는 음식이 힐링의 역할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찰음식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전국의 사찰을 찾아 진수를 청해 배웠다. 그 결과 금산인삼요리경연대회와 전주비빔밥요리대회, 불교박람회 사찰음식경연대회 등에서 수상했다. 올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국제음식양생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금산인삼요리대회 때에는 23가지 산약초를 분말로 동결 건조해 맛과 향, 색을 그대로 살린 기능성의 식품을 선보여 상품화 가능성을 열었고 그 공로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그는 대전 등 전국 지역 특산품의 기능성을 높여 상품화하는 과정을 지원하고 교육하는 활동을 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약선 요리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약선 요리는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 및 치료를 돕는 효능을 가진 특수 음식으로 연구하거나 배우려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문 씨는 “누구나 사찰요리나 약선 요리를 통해 손쉽게 배워 건강을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맛있고 효능이 뛰어난 레시피를 개발해 보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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