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梨大출신 검사, 후배들 ‘코치’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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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사태 수사 검사에게 잘 말해주겠다”
영향력 행사 취지 발언-문자 정황… 대검 감찰본부 진상조사 추진
해당 검사 “그런적 없다” 일축

 평생교육단과대학 설치 문제로 학교 측과 갈등을 빚으며 이화여대 사태를 촉발한 학생들에게 이화여대 출신 여검사가 수사기관에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해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단서가 포착돼 대검찰청이 진상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올 들어 홍만표 전 검사장, 진경준 전 검사장, 김형준 부장검사 등 전현직 검찰 간부들의 비리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평검사가 이화여대 사태에 연루된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검찰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대검 감찰본부는 수도권 소재 지방검찰청 소속 A 검사가 모교 후배들에게 법률적 대응책을 알려주고 ‘내가 도와줄게’, ‘(수사)검사한테 잘 말해주겠다’는 식으로 조언했다는 내용을 최근 보고받았다. 검찰은 해당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일부 확보하고 사실 관계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관 점거 농성 77일째인 이화여대 학생들은 내부에서 다양한 조직을 구성해 이번 사태에 대한 외부 대응을 준비해왔다. 이 중 ‘법률대응팀’은 이화여대 출신 법조인 선배들을 찾아가거나 접촉해 시위 관련 법률 검토나 향후 수사에 대비해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검사가 후배들의 도움 요청을 받고 조언해주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A 검사 건을 보고받고 다시 해당 지청에 사안을 내려보내 현재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감찰본부는 A 검사에게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으로 징계할 수 있는지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검찰의 처분이 공정하게 집행되고 있다는 신뢰를 저해할 소지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엄정히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휴직 중인 A 검사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로스쿨에 진학해 2014년 검사로 임용됐다. 해당 지청은 A 검사에 대한 소환조사 일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검사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후배들에게) 법률 조언을 건넨 적도, 도와주겠다고 한 적도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7월 28일 이화여대 본관 점거 사태가 시작될 당시 주동자로 지목된 최은혜 총학생회장, 이해지 총학생회 부회장, 허성실 사범대 공동대표 등 학생 6명은 특수감금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평의원회 교수와 교직원 5명을 46시간 동안 본관 회의실에서 나오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초부터 학생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차례 소환 조사했지만 이들이 인적사항 확인 외에는 “모든 진술을 거부하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해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학생들은 지난달 13일 이화여대 출신 권성희 변호사(53·사법연수원 19기)로부터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으나 권 변호사가 이달 11일 취하하면서 감금 혐의로만 입건된 상태다. 권 변호사는 학생들의 이러한 행위를 방조한 혐의로 교수 3명을 고발한 사건도 같은 날 취하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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