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씨(왼쪽)와 아들 장한솔 군이 성화 봉송을 앞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아산에서 7일부터 열리고 있는 전국체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행이 유난히 돋보인 대회로 기록될 듯하다. 희소병을 앓는 초등학생이 휠체어를 타고 전국체전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다. 6일 오후 열린 성화봉송에서 아산 트라펠리스 삼거리 구간에서 김희정 씨(46·여)는 아들인 아산 신리초등학교 6학년 장한솔 군(12)의 휠체어를 앞세우고 달렸다. 성화는 한솔 군의 손에 들려 운반됐다. 한솔 군은 근육병의 일종인 근이영양증으로 제대로 걸을 수 없다.
이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아산 지중해 마을의 주민 수백 명이 현장을 찾았다. 주민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성화를 봉송한 한솔 군은 “처음에 긴장했는데 관람객들의 격려를 받고 풀렸다”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 김 씨는 “성화 봉송을 계기로 한솔이가 밖의 생활에 더욱 익숙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전국체전 성화 봉송은 15세 이상만 참가할 수 있지만 충남도는 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김 씨의 사연을 접하고 예외를 적용했다.
도는 이 밖에도 성화 봉송 주자의 10% 이상을 장애인에게 할당한 데 이어 전국체전에 이어 21일 개막하는 제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의 성화 봉송도 6일 동시에 치러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우정을 도모했다.
성화는 충남도 내 15개 시군을 돈다. 각 시군은 지역 고유의 인물과 역사, 환경 등을 표현한 이색 봉송 구간을 마련했다. 아산시는 이순신 장군 출정식을, 천안시는 유관순 열사 만세운동을 재현했다. 도는 백제와 환황해, 아름드리 나무(도의 상징로고)를 연출 소재로 활용해 ‘대한민국 운동회’처럼 추억을 되살리는 감동의 공연을 선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한계를 뛰어넘고, 공정한 승부를 펼치며, 결과에 승복하는 선수들의 아름다운 모습만으로도 국민들은 위로받고 힘을 얻게 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체전 주제를 ‘품어라 충청남도, 뛰어라 대한민국’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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