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심폐정지 맞다” vs 특별조사위 “외인사 기재했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일 21시 35분


고 백남기씨 사망진단서 관련 이윤성 서울대병원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백선하 담당 주치의가 3일 오후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고 백남기씨 사망진단서 관련 이윤성 서울대병원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백선하 담당 주치의가 3일 오후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농민 백남기 씨(69)의 사인(死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백 씨를 치료했던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신경외과)가 3일 "사망진단서에 기재한 것처럼 심폐정지가 맞다"고 주장했다. 병사(病死)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병원과 서울대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는 "외압이나 강요는 없었지만 담당 교수가 일반적인 지침과는 다르게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고 밝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별조사위 위원장인 이윤성 교수(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도 사견임을 전제로 "백 교수가 적은 것과 달리 외인사(外因死)로 기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4일 시위 도중 쓰러져 지난달 25일 숨진 백 씨의 사인에 대해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는 병사가 아니라 외부 원인, 즉 경찰의 물대포 직사(直射)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고인의 가족은 보존적 치료만을 원한 고인의 뜻에 따라 여러 합병증에 대한 적극적 치료를 거부했고, 이에 따라 결국 급성 심폐정지가 와 사망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예외적으로 '심폐정지'로 기재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별조사위는 백 씨의 사망진단서가 지침과 다르다는 결론을 냈지만 진단서를 당장 수정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백 교수가 자신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결정했고, 사망진단서는 의료기관이 아닌 의사 개인이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족과 검경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백 씨의 부검에 대해 이 위원장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죽음은 부검을 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백 씨 사태에 대한 특별검사법안을 이르면 5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야권 3당 수석부대표가 백남기 특검법안을 발의하기로 공감대를 이뤘고, 현재 실무적인 준비 중"라며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발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트위터에 "5일 의원총회에서 백남기 특검 추진이 의결되면 야3당 공조로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회가 다시 여야 갈등 상황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야권은 백 씨의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특검 추진에 공감했지만 국회 파행으로 잠시 논의를 중단했었다.

한편 서울대 의대 재학생, 동문들에 이어 전국 15개 의대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809명도 이날 '같이, 우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성명을 통해 "백 씨의 죽음은 외인사가 명백하다"며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를 비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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