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료 해설가 비판글 올린 해설가에 위자료 100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4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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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사적감정으로 똘똘 뭉쳐 김성근 감독을 비난하고 있다.”

스포츠 해설가 A 씨(43)는 지난해 5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특정 야구 해설위원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그냥 드는 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 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며 “선진야구계에서 윗사람 로비해서 여기저기 얼굴 내미는 경우는 없다. 그 시간에 자신의 분야에 더 열중하고 연구하면 외마디 의성어보다 더 유익하고 풍성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A 씨는 누구에 대한 글인지 실명은 밝히지 않았다.

이 글을 우연히 접한 케이블 방송 야구해설가 B 씨(56)는 A 씨의 글이 자신을 향한 것임을 직감했다. ‘외마디의성어’ ‘선진야구’ 등 본인이 자주 쓰는 언어 습관을 지칭한 단어들 때문이었다. A 씨가 “(나는) 선수들 이름 팔아 부당이득을 챙기진 않겠다”고 쓴 부분 역시 자신을 특정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B 씨는 과거 미국에서 스포츠 기자로 일하며 만난 박찬호 선수에 대한 책을 출간한 적이 있었다. B 씨는 같은 해 7월 A 씨가 허위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5000만 원의 위자료 소송을 냈다.

A 씨는 올 2월 1심에서 100만 원의 배상액밖에 인정받지 못하자 바로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민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인규)는 “A 씨가 쓴 글의 댓글에 B 씨 이름이 빈번하게 거론되는 등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 B 씨를 아는 사람이면 A 씨가 쓴 표현만으로 B 씨를 지칭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면서 “B 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명백하다”고 4일 밝혔다.

하지만 1심의 배상액이 적다는 주장에 대해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명예훼손은 현실세계와 달리 일회적이지 않고 그 피해가 광범위하다”면서도 “게시글의 내용과 게시 방법, 작성경위 등을 종합하면 위자료는 100만 원이 적당하다”며 기각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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