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00] 인생역전? ‘신라대 융합기계공학부’ 문 두드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1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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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 미국 회사 취직

2010년 2월, 자동차기계공학을 전공한 신라대 학생 4명이 미국으로 출국했다. 앨라배마 주에 있는 한국계 자동차부품 협력회사인 JCS에서 1년간 인턴 생활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해 12월 학생 3명이 능력을 인정받아 현지 회사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될 예정으로 H1비자(학사 이상 학력으로 전문기술직 취업이 가능한 비자) 수속을 밟고 있다는 소식을 학교 측에 알려왔다.

신라대 융합기계공학부 김성수 학부장(당시는 메카트로닉스공학부 자동차기계공학전공 교수)도 안도했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동시에 보람 있게 인턴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해하던 대학본부와 학부모를 겨우 설득해 학생들을 미국으로 보낸 사람이 바로 본인이었기 때문. 2011년 2월에는 두 번째로 7명의 졸업생을 미국으로 보냈다. 이들도 대부분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이렇게 해서 2015년까지 6년간 62명(재학생 기준 21%)의 신라대 졸업생들이 미국에서 자리를 잡았다. 김 교수는 “2012년부터는 미국 인턴 생활을 원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성적순으로 내보낼 정도”라고 했다.

“얼마전 미국에서 일하는 학생들을 만나보기 위해 앨라배마로 갔다. 한 졸업생이 현대차 계열사의 정식 직원이 돼서 연봉 9만 달러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명함 50여 장을 주며 학교 후배들에게 자신의 성공 사례를 들려주고 전공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성공의 길이 열린다는 것을 꼭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최근에는 한 학생의 학부모가 ‘아들이 신라대 자동차기계공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잘살고 있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해 학교에 사실 여부를 문의하는 전화가 왔다. 서울과 수도권의 유명 대학 출신들도 미국에서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데, 지방대학 출신이 과연 가능한지 의심스럽다는 내용이었다.”

김 교수는 신라대 출신들의 성공적인 미국 진출 이유로 충실한 전공 교육 외에 인성(人性) 교육을 꼽았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체들은 현지 외국인이나 교포들보다 인성 교육이 잘 돼 있는 한국출신을 선호한다는 것. 신라대 출신 학생들이 회사 일을 내 일처럼 여기며 성실하게 근무하는 자세를 눈여겨본 기업주들이 지속적으로 졸업생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고. 해외 인턴을 마치고 귀국한 학생들도 대부분 국내 자동차와 기계 부품 관련 회사에 취업하고 있다.

1998년 자동차기계공학과로 문을 연 이후 취업률 100%에 육박하는 이 학과는 올해 또 다른 변신을 했다. 김 교수의 소속 학부였던 ‘메카트로닉스공학부 자동차기계공학전공’이 교육부의 프라임사업에 선정돼 MICT융합공과대학 융합기계공학부로 개편된 것. 산업체 수요와 미래산업 동향에 맞춰 원래 운영하던 자동차기계공학 전공에서 자동차 분야를 지능형자동차공학부로 독립시키면서, 지능형 기계공학 및 설계 분야도 전문성을 강화한 융합기계공학부로 개편한 것이다.

이는 원래 잘나갔지만, 더욱더 잘나가는 학과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 그래서 김 교수는 프라임사업을 신청할 때 학과의 기존 강점은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학생들의 전공과 인성 교육을 강화해 해외취업에 강한 학부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담았다고 밝혔다. 이 학부가 소속된 MICT융합공과대학은 글로벌 지성인, 창의융합적 전문인, 도덕적 감성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괄하자면 ‘인간 중심의 글로벌 실용형 공학 전문가’를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2017학년도부터 한 학년 80명으로 운영하는 융합기계공학부는 전통적인 기계공학을 기반으로 IT, CT, 컴퓨터 응용제어 등의 첨단 기술을 융합한 글로벌 융합형 기계공학과 설계공학을 가르치게 된다.

학부는 지능형기계공학전공과 기계설계공학전공으로 나누어 운영한다. 지능형기계공학전공은 학문의 융복합 추세에 따라 공학부문의 기존 지식에 더해 ICT 융복합 지식을 익혀 정보화와 지능화 시대를 이끄는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한다. 이를 테면 기계 부품에 ICT 기술을 융복합한 미래자동차, 초고속열차, 인공위성과 첨단 항공, 신재생 에너지, 첨단로봇 생산시스템, 지능형 로봇 등 미래의 핵심 기계산업 분야에 적합한 기술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기계설계공학전공은 현대산업에 필요한 각종 기계에너지 시스템 설계와 제작 기법, 경제적 운영 기술, 첨단 ICT 융복합 지식을 습득해서 국내외 산업체의 요구에 부응하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줄여 말하자면 ‘ICT기술을 융복합한 첨단 핵심기계의 설계 분야 전문가’를 기르겠다는 뜻이다.

새로 출범하는 학부지만 미래는 밝다. 신라대가 있는 부산의 부산인적자원개발원에서 2015년에 발표한 자료(부산지역 산업인력 수요공급 예측모델 연구)에 따르면 2023년까지 전기전자와 정밀기기제조업, 기계운송장비제조업종이 가장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들 분야에 인력을 공급하는 융합기계공학부에도 호재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2015년에 발표한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이 2024년까지 기계금속, 전기전자 전공의 인력이 가장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한 것과도 유사하다.

김 교수는 특히 융합기계공학부가 지향하는 지능형 생산 기계 분야는 부산의 지역발전 5개년 계획의 주요 산업으로 선정될 만큼 수요가 크다고 진단했다. 지능형 기계분야인 지능형로봇의 인력 수요 전망치를 보면 2015년 7800명이던 것이 5년 후인 2020년에는 1만9800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이 학부 학생들은 졸업하자마자 현장에 투입해 일을 할 수 있도록 교과 시스템이 짜여 있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국내 관련 산업체 견학(1학기)과 국외 선진지역 관련 산업체 견학(2학기)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일찌감치 진로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고, 글로벌 외국계 기업에 대한 도전의식을 길러 주기 위한 것이다. 2학년 은 NCS기반 직무분석에 따른 전공 핵심교육과 진로탐색 합숙 세미나 과정을 밟는다. 3학년은 전공융합교육을, 4학년은 산학연계 심화교육 과정을 이수한다. 김 교수는 “융합기계공학부는 기본적으로 산업체 수요에 부합하는 실무형 교육 과정과 졸업인증제를 통해 명실상부한 기계공학 인재 배출의 요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새 학부인 만큼 신입생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줄 예정. 김 교수는 학교에서 주는 공적 장학금 외에 프라임 사업으로 받게 되는 금액 중 상당액을 장학금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외취업 전문 교육 프로그램(기숙 프로그램)은 전액 지원하며, 해외어학연수도 필요 경비의 50% 이상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고교 시절의 기억은 전부 지워버리고 새로운 인생 역전을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융합기계공학부의 문을 두드리라고 조언한다.

“신라대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고교 시절 성적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고등학교때 단 하루도 밤샘 공부를 하지 않은 학생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신라대에 입학해서 선배들의 해외취업 사례를 직접 목격한 뒤 해외로 진출하겠다며 기숙학교에 들어가 난생 처음 밤샘 공부를 하고, 토익 영어 점수가 600점에서 900점으로 뛰어올라 스스로도 놀라는 학생들이 많다. 이런 학생들은 전공 공부도 열심히 한다. 그럴 때마다 교수로서 가르치는 보람을 느낀다.”

학부의 2017학년도 입시 전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존 유관학과의 2016학년도 입시 결과는 수시 학생부 성적이 평균 3.9등급(경쟁률 8.76 대 1)이었다.
부산=안영배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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