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00] 서울권 4년제 대학으로는 첫 개설, ‘건국대 화장품공학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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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산업은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높고, 경기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낮으며, 바이오헬스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계 10위권인 국내 화장품산업을 2020년까지 세계 7위의 강국으로 키우는 내용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화장품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성관 건국대 교수는 “최근 제약, 식품, 유통 등 다른 업종 대기업들이 화장품산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며 “이런 추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건국대가 2017학년도부터 서울권 4년제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미래 화장품산업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학부 과정인 화장품공학과를 설립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건국대는 2016년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일명 프라임(PRIME)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기술 융합 수요에 대처하고 미래 성장산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화장품공학과, 줄기세포재생공학과 등 8개 선도학과로 KU융합과학기술원을 신설하기로 했다.

최태부 교수는 “건국대는 2001년 화장품회사와 산학협력을 통해 산업대학원에 향장학과를 개설한 뒤 지금까지 화장품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약 600명의 석·박사를 배출했다”며 “15년 넘게 대학원 향장학과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화장품산업 관련 최고 수준의 전임교원, 연구 인프라, 산업 중심의 교육 과정, 노하우 등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장품공학과 개설 준비를 맡고 있는 최 교수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마치고 프랑스 INPT대에서 생물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8년부터 생물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화장품 제형학과 의약품·화장품 제조공정학 권위자로 건국대 산업대학원에 향장학과를 개설한 주역이다. 건국대 향장미용과학연구소장, 건강피부학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 교수는 피부 노화와 고령 질환의 원인, 발생 과정, 예측, 진단, 치료 기술 개발 분야 전문가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대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낸 뒤 2003년 생물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2013년 노화를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를 발굴한 연구 결과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및 미래창조과학부 주관 ‘국가 연구개발 우수 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배승희, 차화준 교수 등도 화장품공학과에서 함께 일할 예정이다. 배 교수는 인종별, 피부 타입별 유전체 분석을 통해 피부 생리, 아토피, 건선, 여드름, 피부암, 탈모 등의 피부질환 관련 신규 유전자를 발굴하고 생리학적 기능을 분자세포생물학적으로 규명해 이를 화장품산업에 적용하는 화장품유전체학과 맞춤형 화장품, 피부의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노화와 암 조절 핵심 유전자인 ‘뮬란’, ‘하데스’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찾아내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자매지(Cell Research, Cell Death and Differentiation)에 게재하는 등 국제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학술지에 논문을 매년 10편 이상 발표하고 있다.

차 교수는 생명공학기술을 바탕으로 화장품에 쓸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 소재를 개발하고 화장품의 성분 검사, 품질 검사,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분야에서 전문가로 꼽힌다. 2015년 의약품, 식품, 화장품에 첨가되는 보존제에 대한 피부 안전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네이처 자매지(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싣는 등 최근 3년간 바이오 신소재와 화장품 안전성 관련 논문을 국제 SCI급 학술지에 30편 이상 게재했다.

교수진은 기초교양 담당, 연구 및 전공 담당, 산학협력 및 취업 담당 교수 등이 충원되면 1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공학이란 화장품 제조와 관련된 바이오 신소재 개발, 제형과 제제 공정, 품질 검사, 유효성 평가, 브랜드 마케팅, 피부의과학 등을 연구하는 새로운 바이오헬스산업 학문이다. 요즘 화장품산업은 생명공학기술을 접목해 피부에 보다 안전하고 미백, 주름 개선, 피부 노화 방지, 피부 질환의 개선 등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기능을 하는 바이오화장품으로 발전하고 있다. 동시에 의약품산업과 더불어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같은 화장품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화장품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과거의 틀을 깨고 새로 등장한 학문이 화장품공학이다. 화장품을 심도 있게 연구하거나 화장품회사에 취업하려면 화학공학과, 뷰티서비스 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최근 화장품산업의 흐름과 학문 발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생긴 잘못이라고 안 교수는 설명했다.

화장품산업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안티 에이징 수요 증가, 여성 경제활동인구 증가, 미적 성향 추구, 남성 및 청소년 등 소비계층 확대에 따라 최근 5년간 연평균 4% 이상 성장하면서 유망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화장품 관련 업체는 약 5000개에 이르고, 시장은 15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안 교수는 “화장품 관련 학과는 전국에 20개 정도 있으나 대부분 뷰티·미용서비스산업과 관련이 있는 교과 과정과 혼합돼 운영되고 있다”며 “건국대는 기존 학과들과는 달리 바이오헬스산업으로 특화된 화장품공학과로 차별화해 화장품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건국대 화장품공학과는 2017학년도에 첫 신입생 40명(수시 22명, 정시 18명)을 뽑을 예정이다. 학과가 지향하는 인재상은 다학제적 학문 소양을 지닌 지성인, 지적 호기심과 국제적 감각, 창의성을 갖춘 전문인, 첨단기술 집약적 화장품산업의 글로벌 시대를 주도할 리더 등이다.

배 교수는 “인체의 생명 현상을 탐구하고 새로운 것을 발굴하거나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관심 있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성향의 학생이 지원하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화장품공학과는 프라임 선도학과인 만큼 졸업생의 취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산업 연계 교과 과정 외에 ‘100% 취업 및 진학 보장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 운영할 방침이다. 학생 전원에게 담당 교수를 배치해 고교의 담임교사 같은 역할을 하는 지도교수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1, 2학년 학생에 대해서는 대학 생활과 수업 등의 애로를 듣고 조언하는 올 케어시스템을, 3, 4학년 학생에 대해서는 취업 또는 진학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지원하는 밀착 진로지도시스템과 모니터링시스템을 운영할 예정이다.

화장품공학과는 학생이 졸업하면 추가적인 재교육 없이 바로 화장품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현장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화장품 소재와 제형 개발 실험실, 화장품 품질검사 실습실, 인체 적용 및 평가 실험실, 화장품 시제품 생산 실습실 등을 갖출 예정이다. 학생은 캡스톤디자인 시스템에 따라 이런 시설을 활용해 졸업 전에 스스로 화장품을 기획, 설계, 제작, 시험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체험하며 실무 능력을 기르게 된다. 화장품회사 최고경영자와 연구소장 등을 겸임교수로 초빙해 학생에게 현장 경험도 제공한다.

또 화장품산업이 기술적 융합과 다학제적 특징을 보이는 점을 감안해 교육 과정에 ‘트랙 & 모듈’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화장품산업 관련 학문 단위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산업 현장의 실무에 특화된 소재 개발, 품질 검사, 제조, 유효성 평가, 피부과학 등 5가지 트랙(세부 전공)과 함께 각 트랙을 이수하는데 필요한 학제 간 커리큘럼 꾸러미인 모듈을 다양한 교과목으로 마련해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화장품공학과는 미래 산업에 필요한 고급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플러스(PLUS) 학기제’라는 독창적인 학사제도도 운영한다. 학부와 대학원을 연계한 학·석사 과정 ‘4+1학년제’와 학부 3년간 대학에서 배운 뒤 1년간 현장에서 실습하는 채용연계형 ‘3+1학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안 교수는 “화장품산업에 필요한 세부 전공 교육 완성도를 높여 진정한 산업 맞춤형 교육으로 세계 최고의 화장품 및 피부과학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철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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