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송도캠퍼스 일부만 사게 해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최순자 총장, 인천 경제부시장 만나 용지 일부 매입-위약금 문제 논의
시민단체는 재단에 입장표명 요구

인하대가 송도캠퍼스 건립과 관련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용지 일부 매입을 요청한 가운데 이번에는 최순자 총장이 직접 인천시에 이런 내용을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인천시와 인하대에 따르면 최 총장은 1일 조동암 인천시 경제부시장을 만나 인하대 송도캠퍼스 용지의 일부 매입과 위약금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송도캠퍼스 용지의 일괄 매입이 아닌 일부 매입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총장은 2014년 6·4지방선거 때 유정복 인천시장의 인수위원인 ‘희망인천 준비단’의 단장을 맡았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천평화복지연대는 6일 성명서를 통해 인하대를 운영하는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송도캠퍼스 조성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인하대의 부분 매입 의사는 재단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는 조 이사장의 의지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하대는 송도국제도시 11-1공구에 당초 계약한 면적 22만5060m² 중 6만6000m²만 매입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총 캠퍼스 용지대금 1077억 원 가운데 이미 납부한 403억 원만큼만 용지를 매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하대는 총 캠퍼스 용지대금의 미납분 674억 원을 5년간 분할 납부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용지대금의 10%인 107억7000만 원을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 일부 용지만 매입을 요청한 것이 위약금을 피하면서 최소한의 용지를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인하대가 송도캠퍼스 용지 매입 등 캠퍼스 조성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등록금 인상이 수년째 동결된 탓도 있지만 재단 전입금이 부족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의 인하대 재단전입금 규모는 인하대 전체 재정의 2.9%(약 8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154개 사립대학의 재단전입금 평균이 5.1%(약 14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이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6만6000m²의 용지에 제대로 된 캠퍼스를 조성할 수 없는 만큼 재벌이 땅에 욕심을 내는 꼴”이라며 “재정 지원을 통해 송도캠퍼스 건립을 새로이 추진할 것인지, 기존 용현동 캠퍼스에 집중할 것인지 이사장의 결단이 하루빨리 내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