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前수석-김시곤 KBS 前보도국장 세월호 보도관련 녹취록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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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대통령이 KBS 봤다… 도와달라”
“과장 심해… 다른 걸로 대체를” 전화로 뉴스보도 수정 요청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당시 대통령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현 KBS방송문화연구소 근무)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의 수정이나 삭제를 요청하는 녹취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파일을 공개한 뒤 “당시 청와대가 KBS 보도에 직접 개입한 증거”라며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파일은 2014년 4월 21일과 30일 오후 9∼10시경 두 사람이 통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개된 분량은 각각 7분 24초와 4분 29초. 이 홍보수석은 “지금 이런 시점에서 정부와 해경을 두들겨 패서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겠냐”며 KBS의 해경 비판 논조에 대한 불만을 나타났다. 특히 “하필이면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다”며 “너무 어렵다. 한 번만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이 홍보수석은 또 “(KBS 보도가) 과장이 심하다. 앞으로 정부를 비난할 시간이 있을 테니 지금 며칠만 기다려 달라”, “(보도를)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해주든지 아니면 한 번만 다시 찍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녹취록은 김 전 국장 측이 언론노조 등에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주언 전 KBS 이사는 “김 전 국장의 허락을 받아 이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김 국장은 세월호 희생자를 교통사고 피해자에 비유해 논란을 불렀으며 이후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의 뜻이라며 (내게) 사표를 종용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한편 KBS 관계자는 “녹취록은 양자간에 벌어진 일이라 회사 차원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파일 공개 논란은) 이유를 막론하고 내 불찰”이라며 “해경이 주축이 돼 한 생명이라도 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선(先)구조 후(後)조치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간절한 호소였는데 지금 와서 보니 지나쳤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김 전 국장과는 평소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격식 없이 통화하고 지내던 사이였다”고 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이서현·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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