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서 17조 보상 폴크스바겐, 한국선 100억에 막자는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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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서 디젤 배출가스 조작 판정을 받은 폴크스바겐이 어제 한국에선 보상 계획이 없다며 100억 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28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폴크스바겐 디젤차 소유주 47만5000명에게 1인당 5000∼1만 달러(약 600만∼1200만 원), 총 147억 달러(약 17조 원)를 지급하는 민사사건 보상안을 발표한 것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는 “미국에서만 법적으로 임의설정(조작)이 문제가 되며 한국과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임의설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도의적 책임은 몰라도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논리다.

국내법상 임의설정 고시는 2012년 1월 도입됐다. AVK는 환경부가 문제 삼은 배출가스 불법 조작 엔진 장착 차량의 경우 2007년 12월∼2011년 12월 환경부 인증을 받은 것이어서 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 측은 “환경부는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설계를 고의로 바꾸거나 조작하는 행위를 금하는 대기환경보전법 46조 등 법 위반을 문제 삼고 있는데 AVK가 정부 고시를 거론하는 것은 문제를 호도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국내와 미국 소유주 모두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고의로 위반한 차량을 산 ‘사기 피해자’이기 때문에 동일한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서 연비 시험성적서 위조, 미인증 부품 장착 차량 판매 같은 다른 불법 행위까지 드러나 이 회사 인증담당 이사가 최근 구속된 상태다. 그런데도 AVK는 리콜조차 하지 않아 지금도 12만여 대의 차량이 미세먼지 원인인 질소산화물을 내뿜으며 한국 도로를 달리고 있다. 그러면서 무슨 ‘사회공헌’을 했다고 돈으로 면죄부를 사겠다는 것인지 한국 정부와 소비자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함이 역력하다.

검찰은 AVK의 이런 빈껍데기 대책을 ‘보상’이라고 알려 혼선을 가중시켰다. 검찰이 이 회사가 내겠다는 사회공헌기금 100억 원을 적절한 보상으로 인정한 것이라면 국민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폴크스바겐#환경부#디젤배출가스조작#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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