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카톡 프로필 10초 ‘움짤’ 점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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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사로잡은 동영상 앱 ‘스노우’

‘스노우’를 통해 본보 신무경 기자와 모나리자 얼굴을 합성한 사진. 스노우 앱 캡처
‘스노우’를 통해 본보 신무경 기자와 모나리자 얼굴을 합성한 사진. 스노우 앱 캡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카메라를 터치하고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를 향해 입을 벌렸다. 스마트폰 화면에 찍힌 입에서 ‘으아아아…’ 하는 문자가 튀어나온다. 앱 화면에 있는 필터를 바꾸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그림인 ‘모나리자’에 내 얼굴이 덧붙여지고 눈썹까지 그려준다.

최근 10대들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점령하다시피 한 동영상 앱 ‘스노우’가 구현하는 기능이다.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지난해 9월 선보인 스노우는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30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5월 한 달에만 중국이나 홍콩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1000만 다운로드를 올렸다.

김다희 양(14·서울 구산중)은 “다양한 이모티콘을 선택해 귀엽고 예쁘게 동영상을 찍을 수 있어서 친구들 대부분이 스노우 이미지를 카톡 프로필로 쓴다”며 “친구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할 때도 여러 명의 얼굴을 인식해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 동영상 앱에 꽂힌 10대


지난해 12월 미국 시장조사 회사 포레스터리서치는 미국 10대들을 대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매력도를 평가한 결과 문자 기반 페이스북보다 짧은 동영상과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는 ‘스냅챗’이 매력이 있다고 답했다. 미국 10대들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동영상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미국 10대 이용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SNS 도구로 스냅챗이 선정되기도 했다.

스냅챗은 수신 후 10초 내 메시지가 삭제되는 이른바 ‘폭탄’ 기능 덕분에 부모로부터 사생활을 보호받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미국 10대 이용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SNS 도구로 스냅챗이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10초 내외의 짧은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동영상 SNS ‘믹스채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SNS는 이용자의 70%가 10대다.


○ 또 다른 ‘나’에 대한 욕구


10대 청소년들이 동영상 앱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10대들은 실시간 연결이 가능한 통신 네트워크 환경 속에서 자라온 만큼 더 빠르고 생생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다른 세대보다 강하다. 또 태어날 때부터 TV, 인터넷, 모바일 등 시각물 중심 멀티미디어에 노출돼 왔기 때문에 책, 신문 등 텍스트에 노출됐던 과거 세대보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 동영상을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10대는 멀티미디어에서 정보를 얻고 소비한다”라며 “자신을 표현할 때 문자 대신 이미지, 영상을 이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와는 달리 머신러닝(기계학습) 등 안면인식 기술 발달로 ‘동물 가면 씌우기’, ‘얼굴 바꾸기’ 등 다양한 스티커와 보정 필터를 활용해 다양한 동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된 것도 동영상 앱이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요인이다. 기술적인 장벽이 낮아진 만큼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 부작용도 적지 않아


하지만 10대들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이미지를 중시할수록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주장에 호도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정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10대들이 문자를 정독하는 경험이 부족해 눈에 띄는 선정적인 주장들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텍스트 경시 현상이 심화되면 온라인에서 논쟁이 벌어졌을 때 왜곡된 정보가 진실인 양 빠르게 번져 나가기 쉽다”고 말했다. 또 “이미지 중시 현상이 심화되면 청소년들 사이에서 자칫 외모만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애플리케이션#카톡#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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