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의역 에스컬레이터 사고때도 ‘2인 1조’ 규정 안지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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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이 수리중 자리 비운 사이 역무원이 가동시켜 20대女 중상
경찰 “스크린도어 사고 외주업체, 홀로 작업하고도 2인 1조 조작 정황”

2일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안전문) 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이어 
참석자들은 구의역에서 장례식장이 있는 건국대병원까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거리행진을 벌였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일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안전문) 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이어 참석자들은 구의역에서 장례식장이 있는 건국대병원까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거리행진을 벌였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올해 4월 20대 여성이 중상을 입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에스컬레이터 사고도 외주업체 직원의 ‘나 홀로 작업’ 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이 사고 후 ‘2인 1조’ 규정을 철저히 지켰더라면 한 달여 만에 같은 역에서 외주업체 직원 김모 씨(19)가 스크린도어(안전문)를 수리하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2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4월 22일 에스컬레이터 사고 당시 수리 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직원은 2인 1조 규정을 지키지 않고 혼자 작업하고 있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두 명으로 편성된 용역업체 근무조 가운데 한 명은 인근 역의 다른 업무에 투입된 상태였다”며 “이때 고장 신고가 접수돼 어쩔 수 없이 한 명만 출동했다”고 말했다. 사고는 홀로 일하던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역무원이 수리작업 중이라는 것을 모르고 에스컬레이터를 가동하다 일어났다. 피해자 김모 씨(28·여)는 수리 중인 에스컬레이터를 탔다가 발판에 발이 끼인 채 끌려가 다리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만약 현장에 다른 직원이 있었다면 피해자의 통행을 막거나 역무원에게 작업이 진행 중인 사실을 알려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지난달 28일 일어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역시 김 씨 혼자 일하다 열차 진입을 미처 알아채지 못해 일어났다.

경찰은 숨진 김 씨의 소속 회사인 은성PSD 직원들이 상습적으로 작업일지를 조작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이날 “은성PSD로부터 받은 작업일지에는 대부분 2인 1조로 작업한 것으로 돼 있다”며 “상습적으로 작업일지를 꾸며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혼자 작업을 하고도 2명이 나간 것처럼 기록해 왔다는 은성PSD 직원들의 진술도 나왔다. 경찰은 다만 이번 사고 당일에는 김 씨가 혼자 작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인터넷 생방송 ‘원순씨 엑스파일’에서 논란이 된 ‘철피아(철도+마피아)’ ‘메피아(메트로+마피아)’ 근절 의지를 밝힌 뒤 “유족과 협의해 숨진 김 씨에게 명예기관사 자격을 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강승현 기자
#구의역#지하철#사고#외주업체#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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