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일베 조형물 훼손, 진중권 “일베보다 더 무서운 짓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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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6월 1일 1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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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 홍익대 정문 근처에 설치된 ‘일간베스트(일베)’ 상징 조형물이 1일 크게 훼손된 가운데,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일베보다 더 무서운 게 이런 짓 하는 놈들”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홍대 정문 일베 조각상 훼손’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작품에 ‘일베 옹호’라는 딱지를 붙이는 해석적 폭력에 물리력을 동원한 실력 행사까지…. 어떤 대의를 위해서 남의 표현의 자유를 폭력적으로 짓밟아도 된다고 믿는 자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주의, 주장, 이념의 주창자들이 각자 자기들의 관점에서 작품에 대해 저런 해석적 폭력을 가하며 물리력을 동원해 작품을 파괴한다면? 볼만할 거다. 옛날에 민중미술이 저런 취급을 당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 정도의 표현도 허용이 안 된다면 예술가들은 사회에 대해 입 닫고 그냥 이쪽저쪽 다 만족시키는 기름장어 같은 작품이나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저 작품이 마음에 안 들 때 할 수 있는 최대의 것은 그냥 ‘몰취향하다’고 말하며 지나치는 것뿐”이라면서 “미적 평가로 끝낼 일을 도덕적 단죄에 사법적 처벌까지 들어가야 성이 차는가”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30일 홍대 정문에는 보수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를 상징하는 것으로 통하는 손가락 모양의 대형 조형물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이 대학 조소과 4학년 홍모 씨(22)가 과제로 제작한 이 작품은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라는 이름으로 이달 20일까지 전시될 예정이었으나, 일베 논란이 일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에 홍 씨는 31일 “작품은 내가 일베를 옹호하느냐, 비판하느냐를 단정 짓는 이분법적인 의도를 담고 있지 않다.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라는 것을 실제로 보여줌으로써 이에 대한 논란과 논장을 벌이는 것이 작품 의도이고 이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도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판, 거짓된 정보들, 그리고 작품을 훼손하는 행위도 일베가 하는 것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라면서 “작품을 훼손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겠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고, 해당 조형물은 1일 바닥에 떨어져 크게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함께 발견된 메모에는 “예술과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님을…”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조형물을 파괴했다고 주장한 누리꾼은 ‘홍대 일베석상 파괴 전말’이라는 글에서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된 행동이다. 작가나 학교 측이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면 떳떳하게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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